아빠집에서 가져온 전기압력 밥솥입니다.
너무너무 식사 못 드실 때 혹시나 여기에 밥을 지어 드리면 좀 드시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가져왔었죠.
그래서일까요?
요즘 식사를 꽤나 잘 하십니다.
물론 완전한 식사는 아니지만
세 끼 모두 챙기는 것도 아니지만
그리고 밥을 한 공기씩 드시는 것도 아니지만요.
지금 식사 드시는 것만도
저는 대 만족입니다.
작은 쟁반에 간장종지에 담은 음식들!
불과 한달 전까지 저렇게 드셨어요.
처음 밥을 배우는 아가처럼
반찬은 잘게 다져야했어요.
넘기지를 못 하니까요.
못 먹으니까 밥 숟가락 들 힘도 없어서 식탁으로 나오는 건 불가능했죠.
물론 떠 먹여 드려야했고요.
샤인머스켓을 반찬 삼아
그나마 있는 밥도 다 못 드시는
형편이었죠.
식사가 제대로 되지 않으니까
영양 불균형이 오면서 피검사를 하면 모든 수치가 나빴어요.
이 쟁반에 담은 음식 다 드셔도 200칼로리 정도밖에 되지 않는 양인데 늘 반 이상 남기셨죠.
넘기지를 못 하니까요.
숟가락도 딸래미 어릴 적 먹던 어린이 숟가락으로 드셨답니다.
먹는 양이 적으니 늘 기운 없고 숨이차고 잠도 못 주무셨어요.
밥은 우리에게 정말 소중한 것이라는 것을 옆에서 지켜보며 새삼 깨달았답니다.
목넘김이 어찌어찌 되었더라도 이제 토하는 증상이 찾아오니
구역질 몇 번 하고 나면 그 기억이 싫어서 또 식사를 거부하고
못 드시니 또 기운 없고 기운 없으 니 또 숨이차는 악순환이 계속 반복이었어요.
차려가는 쟁반마다 그대로 다시 나오는 걸 반복하면서 저도 지쳤었고요.
ㅎㅎㅎ 하지만 열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고
간장종지에 담은 작은 양이지만 조금씩 드시기 시작하면서 아빠도 노력을 많이 하시고요.
아마 본인이 제일 힘드셨을거예요.
모자라는 영양은 뉴케어나 그린비아등 고농축 영양음료로 대체했어요.
조금이라도 잘 드신 날은 세상이 밝아 보이고 행복해서 날아갈 것만 같더라고요.
사실 식사만으로 지금처럼 회복된거 아니긴해요.
3월부터 지금까지 영양주사 맞기를 하고 계세요.
병원에서도 고강도 영양제 계속 맞으시고 집에서도 주2~3회 영양제 맞기를 계속 하셨어요.
얼마나 힘드실까요?
양쪽 팔이 성한 곳이 없으세요.
3~4월 몸무게 36키로였을 때 아빠 얼굴보면 눈을 어디 둘 지 모르겠었는데...
지금은 이렇게 앉으셔서 갑순이도 보살피시고 얼굴만 뵈어도 화색이 도는 것이 느껴져요.
엊그제 재 본 아빠 몸무게는 46.3
이제는 1년 전 몸무게로 돌아왔답니다.
골고루 드시고 잘 주무세요.
이상태로 주~~~~~~~욱 가시기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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