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까지 우리 아저씨의 카톡 프사였던 사진!
가만히 보고 있으면 괜시리 불안해집니다.
이상하죠?
전 일출 일몰을 보면 맘이 불안해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문득 왜?
나만?
이런 생각이 들면서 이게 자연스러운 감정인가?
아니잖아요.
새해 일출을 보며 사람들은 희망을 품고 다짐을 하면서 환희의 감정을 느끼잖아요.
그러니까 새해 벽두부터 산 정상으로 드넓은 바다로 몰리죠.
어쩌다 마주하는 일몰의 노을이 마음의 안정과 푸근함을 주잖아요.
그런데 저는 일출 일몰에 아주 부정적 감정을 가지고 있어요.
일몰을 보면 돌아가신 친정 엄마가 떠오릅니다.
엄마가 예닐곱살쯤이던 어린 시절에 외할머니는 삯바느질로 생계를 꾸리셨대요.
할 수 없이 할머니는 우리 엄마를 시골 큰댁에 맡기고 어쩌다가 한 번씩 보러 오셨다나봐요.
엄마 말씀이 낮에는 사촌들이랑 놀러 다니느라 할머니 생각이 안나는데 해 질무렵 뉘엿뉘엿 넘어가는 해를 보면서는 매일 집에가고 싶어 커다란 두 눈에서 닭똥같은 눈물이 두두둑 떨어진대요.
울다 지쳐 자고 또 다음 날이 되면 낮에는 들로 산으로 다니며 잊어버리고 놀다가 또 노을을 보면서 엄마를 그리워하고요.
우리 엄마는 그 때 그 경험이 가슴속에 크게 자리 잡았는지 성장하고 결혼하고 나서도 그 감정이 없어지지 않는다고 하셨었거든요.
이런 이야기를 종종 들으면서 큰 저도 노을을 싫어하게 되었고 엄마랑 같은 감정을 공유하게 된거 같아요.
그래서 아주 어릴적부터 노을이 지면 황홀하고 아름다운 풍경도 잠시이고 슬픈 생각이 먼저 들었던 거 같아요.
일출을 보면 기분이 나빠지는건 결혼 하고나서 그 일이 있은 다음 부터 입니다.
그 전에는 일출 본다고 새벽산도 오르고 직장 동료들이랑 기타메고 동해바다 가서 새해 소망 빌고 다짐하고 했었죠.
늦가을에 결혼하고 처음 맞이하는 새해에 아저씨 친구들과 동해바다 일출을 보러 가기로 했거든요.
그런데 그 즈음 시아버님께서 크게 감기 몸살이 걸리신거예요.
한 번 아프면 몸져 누우셔서 며칠씩 못 일어나시는지라
저는 안가는게 낫겠다 싶었죠.
새식구가 아픈 시어른 두고 여행이 편치 않으니까요.
시어머님도 말리시고요.
그런데 아저씨는 꼭 가야겠다고
고집부렸어요.
지금 생각해 보면 아저씨가 나를 위해 여행가려고 준비했던거 같아요.
그래서 무르기 싫었나봐요.
살다보면 또 언제 이런 기회가 있을지 모르니까 꼭 가려고 했던거 같아요.
결국 아픈 분을 뒤로하고 우리는
길지도 않은 무박2일의 해돋이 여행을 다녀왔고 저에게 돌아온 후폭풍은 어마무시했더랬죠.
불안한 마음으로 돌아 왔더니 어머님은 우시면서 아픈 시아버지 두고 놀러 보냈다고 그 원망 대신 받느라 혼났다고 하시는거예요.
어찌나 죄송하던지요.
시아버지께는 며칠동안 무릎 꿇고 싹싹 빌고 막내 시동생에게도 원성과 눈길 들으면서 지냈답니다.
세상 불효자가 되었죠.
자유분방 친정에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어서 저도 내심 당황했죠.
젊은 새댁이 감당하기 어려운 모멸감과 이게 이렇게 큰 잘못인가? 하는 감정이 교차하면서 끝까지 가겠다고 고집했던 아저씨가 원망스럽기도 했답니다.
그 사건 이후로 30년 가까이
전 일출만 보면 진저리가 나면서 그 때 기억이 떠오르고 그 때 느꼈던 감정이 다시 올라와 불안불안해진답니다.
그 뒤로 우리 부부만의 여행은 꿈도 꾸지 않았고요.
먹고 살기에 바쁜 탓도 있었지만 너희둘만 여행가냐? 소리 들을거 같더라고요.
이제는 제 딸이 그 때 제 나이가 될 정도로 세월이 많이 흘렀네요.
그동안 일출 일몰을 보며 들었던 부정적인 감정들을 다 버리고
기쁨 희망 안정 포근 뭐 이런 사랑스런 감정으로 일출도 일몰도 볼 나이가 되었는데...
안 좋았던 기억과 함께 없어지지 않는 감정들을 이제는 털고 싶었어요.
어느날 해가 막 지려고 노을이 잔 뜩 든 하늘이 텔레비전에 나오는거예요.
참 멋지구나 하시길래 전 그렇지 못하고 불안불안하다고 제 기분을 말하면서 나 이상하지? 아빠?
했더니 아빠는 사람은 누구나 다 자기 경험에 따라 다르게 느낄 수 있다고 하시면서 이상한게 아니라 자연스러운거라고 말씀해 주시는데 갑자기 뭔가 너무 위로가 되면서 노을의 아름다움이 눈에 들어오네요.
아저씨랑 딸이랑 제가 가고싶어하는
경주 고택에 가서 며칠 보내면서
일출도 일몰도 함께 보면 좋겠네요.
그럼 그동안 안 좋았던 감정들이 다 사라질거 같아요.
지금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희망사항이지만요.
언젠가 그럴 날이 오겠죠?
아빠 말씀대로 나쁜 경험이 내 감정을 지배하지 못하도록 좋은 경험으로 바꿔봐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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