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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딸 덕분에 여행을 다녀왔어요.

딸이 주말동안 할아버지랑 함께 해줘서 우리 부부가 정말 오랜만에 여행을 다녀왔어요.
걱정반 기대반으로 부탁했는데
선뜻 다녀오라고 해주더라고요.
자기가 할아버지 약이랑 식사 챙길 수 있다고요.
갑순이 산책이랑 응가도 걱정 말라고요.
여행 날짜는 잡혔는데 저는 또 방광에 문제가 생겨 약을 먹는게 3주가 넘어가는데도 듣지 않는거에요.
장거리가 겁나기도하고 더 악화될까 걱정도 됬어요.
거기다가 덧붙여서 선뜻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던 이유는 아빠 상태를 살피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다행히도 11월부터는 몸무게가 조금 늘어나서 50키로 가까이 되니까
가정간호팀에서도 영양주사 2주에 한 번으로 얘기해주시고
요즘은 컨디션이 좋아지셨는지
말짱한 정신이세요.
아저씨도 여행 꼭 가야한다고
무언의 압박을 하고요.
왜 그랬는지는 나중에 알게 됬지만요.(본인은 이 여행을 결혼기념일 여행으로 생각해서 꼭 가야겠다 싶었대요.)

여행 전 날 금일봉까지 두둑히 받았지뭐에요?
저보고 휴게소마다 들러서 감자핫도그랑 호떡이랑 옥수수랑
좋아하는거 사 먹으래요.
찐 감동받고 좋아라했죠.
점심은 요양보호사님이 오시고
저녁은 남동생 가족이 오고
밤에는 딸이 함께 해주고
참으로 여러분의 도움으로 여행을 가게 되었어요.

아빠랑 갑순이 걱정을 가지고 출발했는데 사실은 여행 떠나자마자 잊어버렸어요.
너무너무 좋고 신나고 제 몸 아픈것도 잊었지뭐에요.
늘 아저씨랑 차타고 어디 나가면 그렇게 좋을 수가 없거든요.
차 타고 드라이브하면서 제 마음을 살캉살캉 녹여주는 아저씨거든요.
그러니 집걱정이 나겠어요?
든든한 딸래미까지 와 있으니 더 좋았죠.
딸  회사가 창립기념일이라고 월요일에 전사휴가라네요
그러니까 월요일에 가도 되니 걱정 말고 천천히 오라네요.
우주 모든 만물이 우리의 여행을 돕고 있었구나!
ㅋㅋㅋ
딸래미 회사에도 감사하면서 신나게 즐겼죠.
밤 10시 넘어서 숙소에서 일행들과 얼굴에 팩 붙이고 누웠는데 사진 한장이 왔어요.
침대 배개 위에 엉거주춤!
꼬리 말아 내리고 서 있는 슬픈 표정!
딸한테 전화가 오네요.
갑순이가 저녁도 안 먹고 우리 침대로 올려달래서 올려줬는데
저렇게 서서 끙끙댄다고요.
아마 저나 아저씨가 밤이 되도 안보이니까 침대서 자는줄 알고 자기도 자려고 왔나본데...

종일 굶었으니 노란 토가 나왔나봐요.
그 좋아하는 꽈배기 간식도 마다하고요.
물도 안 먹는대요.
저는 나오면서 걱정은 됬지만 아빠걱정보다는 덜했고 갑순이가 이정도일줄은 몰랐거든요.
영상통화로 바꿔서 침대위 갑순이랑 통화했죠.
밥먹으라고 이쁘다고 잘자라고
저 혼자 막 얘기했죠.
그 후에 아빠방 침대에 올려줬고
간식 하나 먹고 아빠 옆에서 자더래요.
내친김에 아빠와도 영상통화했죠.
아빠는 휴대폰 화면에 비친 저를 보시더니 얼굴이 달라보인다 하세요.
어떻게 달라졌는데? 하니까 더 이쁘게 보인대요.ㅋㅋㅋ
농담하시는거보니 컨디션 좋으시네요~^^

다음날 점심에 딸이 보내준 사진이에요.
할아버지 좋아하는 감자탕 사다가 상을 차려 드렸네요.
걸음이 어려워서 식탁에 나올 때도 부축해드려야하는데 손녀딸이 잘 모시고 나왔네요.
머리도 빗고 나오신거 보니 아빠도 손녀가 좋으신가보네요.

덕분에 맘 놓고 콧바람 쐬고 스트레스 풀고 돌아왔죠.
저녁은 딸이 좋아하는 낙지볶음 먹고 버스 정류장 앞 카페에서 차 한 잔 마시고 보내줬어요.
정말이지 고마워! 했어요.
딸도 좋았대요.
엄빠가 여행을 오랜만에 다녀온 것이요.
그나저나 어디 나갈일 생기면 이제 아빠보다 갑순이가 더 걱정이네요.
다음부터는 갑순이를 데려가야할까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