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

아빠 어록

기억해두려고요.
아빠의 주옥같은 말씀들!

방에 불 좀 꺼 달라셔서
왜? 하면
불빛이 너무 황홀해서!
하세요.
눈이 노쇠해지니까 시린것을 황홀하다 표현하시는거에요.

매일 세 번 드리는 약!
손에 놓아 드리면 한참 쳐다보시다가 갑자기 고개를 푹 수그리고 눈을 감으세요.
아빠 뭐해?
기도드린다!
무슨 기도?
순수하게 잘 넘어가 달라고!

또 어떤 날은 약을 드리면 꼭 쥐고 5분이고 10분이고 지나요.
아빠 뭐해?
약 데우고 있다!
따뜻하게 먹으려고!
약이 얼마나 드시기 싫으면 저럴까? 싶어요.

새벽 두시가 되도 말똥말똥하신 아빠께 잠 안자면 심심해서 어째요? 했더니만
하나도 안 심심하다!
지나간 세월을 떠올리면 시간이 금방 간다! 하세요.
나이들면 추억을 먹고 산다는 말이 실감나요.

저를 불러서 물으세요.
오늘이 몇 일이냐?
제가 달력을 가리키며 알려드리면
벌써 그렇게 됬냐?
세월은 무정하게도 잘 가는구나!
세월은 나를 기다려주지 않는구나!
엄청 아쉬워하세요.
내가 붙잡아둘까? 하면
그러면 못쓴다!
순리대로 살아야지!
하세요.

아빠께 직장가기 싫다고 투정부리면서 하루만 결근할까? 갑순이랑 아빠랑 같이 있고 좋잖아! 하면
그러면 못 써!
성실하게 살아야지!
그 마음이 습관되면 네 자신이
더 고통스럽다! 하세요.

씨름 채널 보다가 저보고
본인도 씨름 좀 하신다고!
내가 티비 나가면 모래바닥이 아니라 하늘을 빙글빙글 돌며 씨름을 하기 때문에 전 세계가 깜짝 놀랄까봐 안 나간다!
하세요.
그 소리 들으면 웃기다고 웃으면서도 맘대로  움직여지지 않는 몸에 대한 반대어이지 싶어 짠해요.

누구든지 안부 전화가 오면
잘 하고 있어라!
잘 하고 있어!
늘 초심 잃지 말고!
고맙다!
조심있게 들어가거라!
이러세요.

시골에 90세 된 바로 위 형님이 계시거든요.
형님께 안부 전화 하실 때는
형님 저에요!
건강하시죠?
건강하셔야돼요!
꼭 건강하셔야돼요!
이렇게 반복하세요.

아빠! 왜 수염 안깎아?
귀찮아서!
그래도 깎아야지?
내가 뭐 어디 출근할 일 있냐?
길러서 땋고 다닐란다!
하세요.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