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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또 하나의 가을은 가고 나 하나의 가을이 온다

11월도 며칠 남지 않았네요.
아빠 방에 달력 한 장
또 뜯어야겠네요.
나이가 들면 들수록 시간이 참 유수와도 같네요.
흐르는 물은 멈추지 않듯이
계절도 몀추지 않고 흘러갑니다.
어릴 때는 빨리 어른 되고 싶어
조바심 냈었죠.
어른만 되면 하고 싶은거 다 하고 살 것만 같았거든요.
청년기에는 불확실한 미래가 안개에 쌓인 듯 보일락말락해서
늘 마음 한켠에는 불안과 답답함이 있었죠.
어서어서 나이 먹어서 안정되길 원했죠.
이제는 경제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가정적으로도
이만하면 안정이 되고 더 바랄게 없어 너무너무 감사한데 한가지 아쉬운 것이 있네요.
요즘은 눈 깜빡하면 새해가 오고
또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달이 시작되네요.
쳇바퀴처럼 돌아가는 일상이 너무 바빠서 맘의 여유가 없네요.
나이가 드니 제 몸도 여기저기 고장이 나고요.
연로하고 병든 아빠가 제 곁에 있네요.
가는 계절은 또 왜 그렇게 아쉬운지...
예전에는 단풍놀이를 뭐하러 가?
했었던 저인데...
이제 와 보니 사람들은 단풍 놀이를 가는것이 아니라 가는 세월이 아쉬워서 나름의 계절을 배웅하러 가는 것이었어요.
가을아 왔니? 했는데
가을이 간다네요.
아쉬운것 투성이인 저의 삶을 가을은 다 알텐데 무심한 계절은 봐주지도 않고 제 갈길로 갑니다.
또 하나의 가을은 가고 있네요.
앞으로 남은 저의 계절은 가을과 겨울이네요.
여태껏은 어떻게하면  잘 살까?
무엇을 축적할까?
무슨 업적을 남길까?를 고민하고 살았다면
앞으로는 어떻게 잘 지킬까? 어떻게 주변을 잘  다듬을까? 그리고 종래에는 어떻게 잘 죽을 것인가?
를 고민하며 살아가야겠죠.
끄트머리 가을의 숲길을 걸으며 추운 겨울을 나기 위해 제 스스로 잎을 떨어뜨리는 나무들을 보면서
하나 더 배워갑니다.
돌아오는 저의 가을을 지혜롭게 헤쳐 나가야겠어요
쓸데없는 인간관계에 얽매이지 말고 과도한 욕심도 내려놓고
순리대로 흐르는 대로 거스르지 않고 살아가렵니다.
앞으로의 겨울을 훈훈하게 보내려면 저에게 오는 가을을 허투로 보내서는 안되겠죠?
또 하나의 가을은 가고
나 하나의 가을이 오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