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빠가 밖에 나와서 산책을 시작한지 한 달 되었어요.
물론 요양보호사의 도움 없이는 안 되긴 하지만요.
워낙 정적인 분이라 움직임도 거의 없이 종일 집 안에만 계시는것도 전혀 불편하지 않은 분이 보호사의 부축을 받으며
밖에 나가서 걷기 연습을 합니다.
우리 둘은 출근하고 오전 내내 혼자 계시다가 점심때
보호사님 오시면 식사 후 같이 집 근처 산책길을 잠깐씩 나갔다 오시는거에요.
몸무게도 자꾸 줄고 밤에 잠도 통 못 주무시고 날밤을 새니까
의사 선생님이 밖에 나가서 햇볕을 쐬고 걸어야 잠이 온다했거든요.
보호사님한테서 온 아빠의 뒷모습 사진이 왜 이리 슬퍼보이는건지요.
보호사님한테 아빠가 그러시더래요.
인생의 황혼길이 참 힘들다고요.
그저 아무 욕심 없이 내 집에서
자고 싶을 때 자고 먹고 싶을 때 먹고 놀고 싶을 때 놀면서 갑순이랑 편안히 지내시던 때가 그리우실테죠.
살으라고!
살아야 된다고!
제 집에 모셔 놓고
이것 저것 먹으라 성화하고
몸에 좋다고 약이며 건강기능식품들 억지로 먹이고
그렇게 주사 싫다는데도 양 팔 온군데에 피멍들도록 영양주사까지 맞히더니
이제는 나가서 운동까지 하라하니
아빠의 황혼길이 그리 녹록치는 않네요.
어쩌겠어요.
안그러면 더 고통스럽게 살아가야하니까요.
한 사람이 자기의 인생을 자기 맘대로 살 수 없는 그 심정이 한 편 이해가 갑니다.
그래도 나가기 전 꼭 양치하시고 머리 빗으시고 얼굴 탄다고 모자도 챙겨 쓰시고 나가신다네요.
사람이 아프지 않고 죽을 수가 없잖아요.
젊을 때 어르신들이 그저 저녁 잘 먹고 누워 자다가 그만 숨이 딱 끊어지면 그게 복이다라고 할 때는 도대체 무슨 소린가? 했거든요.
왜 그런 말이 있는지 아빠가 아파서 힘겹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니 백번 이해가 갑니다.
그치만 현실은 태어나면 점점 늙어가는 길로 가는거고 병도 생기고 아프면서 종래에는 죽음이라는 새로운 세계로 가게 된다는 것을 반백이 넘어서야 깨닫네요.
아빠! 요즘 사는게 어때?
제가 물었거든요.
날짜가 너무 빨리간대요.
지나간 세월이 아쉽대요.
나이가 드니 하고 싶은 것도 먹고 싶은 것도 없대요.
하지만 어쩌겠냐고
그저 순리대로 살다가 가야하지 않겠냐고 하세요.
이것이 바로 인생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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