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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그 시대를 살아가는 원동력

전 교복도 입어봤고
교련시간이 있었으며
두발규제가 있는 학교를
다닌 세대에요.
중학교때는 두발검사하는 날에 머리 길이가 길다고
걸려서 학생주임 선생님이 들고 다니는 바리깡으로 뒤통수에 땜통을 만들어 주는 바람에 얼마나 창피했는지 집에 돌아와 엉엉 운 적도 있어요.
엄마가 학교 교장실에 전화해서
고래고래 소리지르며 항의하던 생각이 나요.
어느반 누구냐고 묻더래요.
그거 말하면 우리애 더 괴롭히려고? 하고 전화 끊어버리시더라고요.
두발 단속한 날 바리깡 당한 아이들이 우리반만 해도 서너명이었으니까요.
또 지금 학생들처럼 화장하고 다녔다가는
문제아로 낙인되어 매일 학생부에 가서 혼나거나 맞거나 했죠.
체벌은 당연히 받아야 하는 사랑의 매 였고요.
손바닥은 기본이고 따귀때리기 머리때리기 발차기
대걸레자루로 엉덩이 때리기
단체 기합이나 단체 체벌은 공교육에 있어서 필수였던거 같아요.
내가 안 맞으면 다른 애들 맞는거는 매일 봐야 하루가 갔던거 같네요.
전 다른건 잘 참는데 아픈건 정말 죽기보다 싫어했거든요.
체벌이 두려워서 숙제는 꼬박꼬박 해 갔어요.
쪽지시험 틀린 갯수만큼 손바닥 맞던 그런 세대랍니다.
선생님이 기분 나쁘면 화풀이 대상이 되기도 했으니까요.
책상 위에 올라가서 무릎꿇고 손들고 눈감고 허벅지를 맞고
그랬던 시절이었어요.
초등학교때는 담임선생님이 우리반 반장집에 세들어 살았거든요
단체로 매를 때리면 반장만 빼고 때리더라고요. 참 나!
어린 마음에도 불합리가 보이면서
선생님에 대한 신뢰가 무너졌죠.
군대가면 먹여주고 재워주는 대신 얼차려는 기본에 이유를 알수없이 죽어 돌아오는 아이들도 있었고 그게 그냥 운이 없어서려니 하는 시대였죠.
지금 생각해보면 참 억울한 일이었는데 어떻게 그 세월을 살아왔는지 ...
사회 초년생이 되어서도
마찬가지였죠.
제가 들어간 직장은
긴 머리는 묶어야했고
진한 립스틱은 금지이며
치마길이는 무릎 아래까지 내려와야했어요.
월급날이면 쥐꼬리 월급봉투 받기 전에 무릎꿇고 앉아 상사의 훈계를 한시간씩 들어야 했죠.
야근은 밥 먹듯이 했고요.
대가는 당연히 없었죠.
지금으로 말하면 열정페이?
개인의 자유와 권리까지 침해받는게 당연했던 그 시대를 살았죠.
사람들은 나이가 들면 들수록
그 옛날이 자꾸 새록새록
떠오르면서 그리워진다고 하잖아요?
떠올리기 싫은 기억들도 많은데 말이죠.
저는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지만 그 시절에 느낀 행복이 있고 성취감이 있었거든요
그때를 잘 버틴 제가 오늘의 저로 여기 있기에 소중한 저의 젊은 시절로 간직하고 있어요
대신 제가 겪은 불합리를 우리아이 세대에는 물려주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이 기성세대의 책임이 아닐까 합니다.
제가 살아온 시대도 그 전 세대의 불합리를 타파하려는 과정중의 한 구간이었을테니까요.
버티는게 이기는거고 불합리를 당장 바꾸지 못한다면 그걸 마음에 품고 다음 세대에는 물려주지 말자는 생각을 각인했던 것이 그 시대를 살아가는 원동력이 아니었나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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