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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비온 뒤 산책

밤새 비가 오고
저는 잠을 설쳤어요.
아침에도 비가 그치지 않으면 어쩌나 하고요
우리 갑순이랑 산책 가기로 했는데
그 약속 못 지킬까봐 노심초사했어요.

다행히 말끔해진 하늘 덕에 갑순이와 나갔지요.
공기도 청명하고 공원도 깨끗하고
갑순이는 벌써 저만치 가고 있네요.

앞서가는 갑순이의 뒷모습을 바라보면 늘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것이 세상에 보고 듣고 냄새맡고 발바닥으로 느낄 것이 얼마나 많은데 그걸 노령견 되어서야 알게 된 갑순이가 너무너무 측은해서지요.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멀지 않은 미래에 갑순이가 우리 곁을 떠나가기 전에 많은 것들을 경험하게 해 주고 싶어요.

가까운 동네를 산책다니다가
어느때는 새로운 곳에 데리고 오는데 킁킁대며 둘러보는 모습이 아주 이뻐서 이를 꽉 물게한답니다.

처음 밟아보는 나무데크 다리에서
잠시 주춤하는 갑순이
그 느낌이 발바닥에 전해지나봅니다.
건널까 말까 고민하는데요?

다리난간 사이로 보이는 수많은 자동차들을 오랫동안 유심히 봅니다.
꼬랑지가 힘차게 올라가 있는거 보니 지금 기분도 좋으네요.

유명한 메타세콰이어 숲에 도착했어요.
자꾸만 뒤를 돌아보더니

옆길로 새버리네요
저 길이 얼마나 운치있고 산책하기 좋은데
갑순이는 아닌가봐요.

뒤돌아서 계단을 뛰어오르는 갑순이!
넓게 펼쳐진 길이 무서웠나봐요.

촉촉해진 나무 밑에 가서 한참을 머무르네요.
뒷발질을 하면서요.
그래요
갑순이가 좋은 곳이 진짜죠.
사람 욕심에 가는건 아닌거 같아요.

비온 뒤 산책이 의외로 운치있고 좋으네요.
갑순이 핑계느 제가 힐링하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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