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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마음의 소리

 
우리 아저씨 좋아하는 야구중계 보는 중!
나는 야구 룰도 모르고 관심도 없고
옆에서 자꾸 말을 거니까 하는 말
"더우니까 가서 샤워하지 그래요?"
('나 야구 봐야되니까 재잘대지 말고 내 앞에서 빨리 좀 사라져 주라')

자고 일어나 주방에 가 보니
식탁에 아침 먹고 출근한 흔적이 없다.
저녁에
"오늘 아침 먹고 갔어요?"
"아몬드"
"3분 누룽지 사다 놨는데 이거 안 먹고요?"
"아몬드 먹었어요"
('식탁 위에 딱 먹게끔 누룽지에 뜨거운 물에 숟가락까지 올려 놔 줘야 먹지!')

일이 많아 늦게 퇴근한 날!
전화로
"아저씨 나 오늘 좀 늦어요 먼저 밥 먹어요"
"아니! 오면 같이 먹지. 나 혼자만 미안하게 어떻게 먹어요"
('싫어 밥 차리기 싫으니까 빨리와서 니가 밥 차리면 같이 먹어줄게')

"아저씨 사랑해요"
"응 ... "
"사랑한다고!"
"그래요 사랑해요"
('아 정말 귀찮아 여자들은 그걸 꼭 말로 해야 아냐? 쑥스럽게')

우리 아저씨의 마음의 소리다.
하지만 아저씨는 절대 입 밖으로 내뱉지 않는다.
속으로는 무슨 말을 하는지 나도 다 눈치로는 아는데
입 밖으로는 요렇게 다정하게 말해주니까
그래서 싸울 일이 없다.

이번엔 반대로

밀린 설거지 한창 하는 중인데 날 부른다.
" 반신욕 하면서 마시게 아이스커피 부탁해요"
"지금? 알겠어요."
('아니 지금 설거지 중인거 안 보여? 자기는 손이 없어? 이럴 땐 스스로 좀 해야지!')

주말에 빨래 한다고 세탁실에 들어가서는
나를 계속 찾는다.
"이거 어떻게 켜는거야? 세제는 얼만큼 넣어?
보라색 이통은 새로 생겼네 이건 또 뭔데? 유연제는 어디에 붓지?"
"거기 큰 동그라미 눌러요. 한컵 반 정도 넣으면 될걸? "
('우씨! 그냥 나오세요.
내가 하는게 낫지. 더 성가셔!!')

저녁 밥 다 먹고 어쩐 일로 빈 그릇을 포개더니
딱! 거기까지! 그대로 놔두고는 거실로 가버린다.
('와! 개수대가 코 앞인데 빈그릇 넣어 주는게 뭐가 그리 그렇게 어려워?')

나에게도 마음의 소리가 있다.
내 마음의 소리를 입 밖으로 냈다간 서로 얼굴 붉힐 게 뻔하다.
아저씨도 나의 속 마음이 무엇인지는 느낌으로 알아챘을 것이다.

대화에서 상대방의 마음의 소리를 눈치채면
'아이쿠! 다음엔 내가 요렿게 해야 겠구나!'
싶고 똑 같은 상황이 또 생기면 조심하게 된다.
오히려 마음의 소리를 입 밖으로 내서 직설로 지적을 받으면 옳은 말인데도 무시당하는 것 같고 기분이 나빠져서 더 삐딱하게 나가다가 싸움이 될 확률이 높다.
물론 그때그때 정확하게 지적해서 상황을 올바르게 정리하는 것도 필요할지 모르지만
"말 한 마디로 천 냥 빚 갚는다."는 속담이 있듯이
말 한마디가 "관계"에 있어서도 정말로 중요하다. 하고 싶은 말을 다 하면서 살면 본인 정신건강에는 좋을지 모르지만 함께 관계를 맺는 상대방의 정신건강에는 나쁜 영향을 주게 된다.

우리 부부는 언어로 상처 주고 받는 일은 될 수 있으면 안 하려고 서로 노력한다.
'내 사람이니까, 여기가 직장도 아닌데, 이 정도는 이해해 주는게 가족 아닌가?'
이런 생각을 할 수도 있지만 나의 생각은 다르다.

얼마 전 티비 프로에서 어느 개그 커플 부부의 부인이 남편에게 속상하고 서운함을
대 놓고 심한 욕으로 표현하는 걸 보는데 너무 깜짝 놀라고 무척 마음이 불편했다.
방송의 재미를 위해 캐릭터를 잡았을 지는 모르겠지만 그게 만일 평상시의 모습 그대로라면
두 사람 사이는 원만할 리가 없을 것이고 두 사람 모두 자존감은 바닥일 것이다.
상대방에게 내 바닥을 보이는 것은 나 자신도 비참해지고 그걸 본 상대방도 괴롭다.

우리에게 때로는 적절한 마음의 소리가 필요하다.
관계를 부드럽게 만드는 윤활유 역할을 하는 마음의 소리!
선한 의도로 적극 활용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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