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할아버지 제사에 다녀왔어요.
할머니께서 아무것도 안 했으니 와서 술만 부어드리라 하더라고요.
저는 돌아가신 우리 엄마 대신 참석했어요
저는 큰 손녀라기 보다는 할머니의 큰 딸 대리에 더 가까워요.
엄마가 너무 젊은 날 돌아가셔서
우리 할머니는 늘 가슴에 큰 딸을 묻고 살거든요.
아저씨랑 함께 가서 술도 따라 드리고 절도 드리고 음식마다 젓가락도 옮겨 드리고
그리고 생전에 좋아하시던 술도 듬뿍 올렸어요.
아무것도 안 했다던 상에는 나물에 고기에 전까지 음식이 가득합니다.
내가 좋아하는 LA갈비도 떡하니 올려져 있네요.
이모랑 두분이서 만드셨대요.
할머니의 제사 음식들은 그야말로 최신식입니다.
"할머니 다 싸주세요~"
몽땅 종류별로 조금씩 싸왔어요.
지금 시대의 제사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조상님이 드실거라고 만든 음식들이지만 사실은 조상님의 이름으로 살아있는 사람들에게 베풀어 주신 맛난 음식을 먹고
그 동안 못 만났던 가족들과 만나서 근황도 주고 받고 옛날 얘기도 하면서 모인다는데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현대 사회 바쁜 가족들을 한 날 한 시에 모이게 해 주는 고마운 장치라고 생각해요.
물론 어느 누구에게는 수고로운 일이 되겠지만요.
우리집도 큰 집이라서 시어머니 제사며 명절 준비를 하거든요.
우리 아저씨는 동생들과 미리 협의해서 형식은 간소하게 음식도 가족들이 잘 먹는 음식 위주로 제사 지내는 시간도 형제간에 다들 모이기 적당한 시간으로
정해서 만나요.
제사는 가기 싫은 것이 아니라 다들 열심히 각자 자리에서 잘 살고 있다가 만나서 맛있는 음식을 함께 먹고 정을 나누는 즐거운 자리가 되기를! 그래서 자발적으로 오래오래 지속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지요.
바로 이런 것이 돌아가신 조상님이 진짜 바라는 것일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미래에는 점점 제사라는 제도가 더 간소화 되고 심지어 없어질 수도 있겠지만 돌아가신 분을 기리는 의미에서 가족들이 모여서 식사하면서 이야기는 나눌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제사를 지내면서 대부분 산 사람의 복을 빌죠.
자손들 잘 되게 해 달라!
사업이 번창하게 해 달라!
건강하게 해 달라!
제사의 두번째 의미는 구복이나 염원이 아니라 현재 상태의 감사를 되새기는 것에 있다고 생각해요.
절을 하면서 조상님 덕에 여기 올 수 있어서 감사하다고, 지금 위치에 있을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하다고, 무탈하게 가족들 얼굴 보게 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이렇게 감사하는 마음을 표현하는 자리가 아닐까 해요.
제사라는 제도를 번거롭고 구시대적이고 쓸데없는 것으로만 치부하지말고 현실에 맞게 이로운 쪽으로 변화시키면 좋을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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