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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식물의 힘

아빠가 화분에 물을 줍니다.
여지껏은 제가 아빠께 물을 드렸는데 이제는 아빠가 식물에게 물을 줍니다.
어느 날 저녁식사를 마치고 거실을 왔다갔다 팔을 올렸다 내렸다 등을 폈다 구부렸다 하면서 움직이고 계시던 아빠가
갑자기 현관 쪽으로 가십니다.
설거지 하고 있던 저는
"아빠! 어디 가?"
아빠는 걷기랑 말하기가 아직 동시에 되기는 힘드시니까 손으로
현관 문을 가리키며 제 슬리퍼를 신으시네요.
아빠는 바깥에 못 나간지 몇 개월 됬으니 신발도 신발장 속에 고이 들어 있거든요.
"왜? 나가시려고요?"
돌발 행동에 덜커덕 겁이 납니다.
"운동하려고!"
알고보니 낮에 점심 드시고 나면 요양보호사님과 함께 나가서 엘리베이터 앞까지 걸어갔다 온다네요.
세상에나!
그래서 그런지 밥도 쬐끔 더 드시는거 같고요
오늘은 저녁식사 다 드시더니
조루에 물을 담아 달라세요.
"아빠 왜?"
"화분들이 목 마르다고 물 좀 달래"
누워서 바라보면 화분들이 힘이 없어 보이더래요.
그거 사실이예요
저번 주 이번 주 뭐가 바쁜지 우리 아저씨 화분에 물을 못 줬거든요
아빠가 드디어 식물에 눈이 가는 거예요.
얼른 물을 채워 드렸죠.
화분을 찬찬히 살피고 하나하나 물을 주시는 아빠!
광주 계실 때는 베란다 가득 정원을 만들어서 겨울에도 꽃을 피우던 식물대장이셨는데...

이제 화분 관리는 아빠께 맡겨야겠어요.
아마도 침대에 누워서 보이는 거실의 화분들이 "물 좀 주세요~
목이 말라요!  하면서 아빠께 SOS를 보낸거 같아요.
사람이 아프면 자기밖에 몰라요.
주변을 돌아볼 여력이 없어요.
아빠가 화분이 눈에 들어온다는건
몸이 나아지고 있다는 증거예요.
기뻐요~^^

아빠의 복도 운동도 한 발자국씩 더 늘어나고 있어요
엘리베이터 옆 끝 집 앞까지 걸으셨다고 말씀 하시는 아빠!
식물의 힘은 대단해요.
초록의 힘은 대단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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