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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운요리

구수하고 칼칼한 감자 두부 토장국

어제 오늘 한파가 찾아왔죠.
뜨끈뜨끈하고 얼큰한 토장국이 생각납니다.
김이 모락모락!
제가 먹고 싶어 그러는거 아니고
새벽출근하는 우리 아저씨 주려고요.
저는 아직도 콩깍지가 두 눈에서 떨어지지 않았는지
자는 제 입에 입 맞춰 주고 새벽출근하는 아저씨의 뒷모습을 어렴풋이 보는게 가슴이 뜁니다.
"아침 밥은요?"
"국에 말아 먹었어요^^ 더 자요"
요런 멘트로 하루가 시작되지요.ㅋㅋㅋ

멸치랑 다시마로 육수를 냅니다.
다시마는 금방 건져야 국물 맛이 들쩍지근하지 않고 깔끔해요.
멸치도 너무 오래두면 국물 맛이 써 집니다.
국물이 노오랗게 우러나면 가차없이 건져내요.

94세 우리 외할머니 맛 된장과 고추장을 2:1로 풀어 줍니다.
지난번에 할머니댁 갔더니
내년부턴 장 안담는다고 된장 고추장 아껴먹으라세요.
문제는 내년에도 또 내년부턴 진짜 안 담근다! 하시고 담그신다는거죠.
ㅎㅎㅎ
할머니의 큰딸 즉 나의 엄마가 젊은 나이에 죽었기때문에
손녀인 저를 딸래미처럼 여기고 보살펴주는 우리 할머니랍니다.

이거슨 태양초 고춧가루!
한 숟가락 첨가해 주면 칼칼한 토장국 베이스 완성 입니다.
충북 괴산 청결고추로 빻은 21년산 햇 고춧가루예요.
여동생의 윗동서가 직접 농사지은거라고 보내주었지 뭐예요.
칼칼한데 또 단 맛!
역시 농사는 물이 좋아야 한다더니 괴산은 물이 참 맑거든요.

다진 마늘 크게 한 숟가락 넣어줍니다.
박찬호 선수가 미국 처음 갔을 때
다른 선수들이 자기 곁으로 안 오더래요.
동양인이라 왕따인가?
더 친근하게 말 걸며 다가가면 자꾸 더 멀리하더래요.
내가 싫은가? 너무 우울했는데
어느날 한 선수가 다가와서
헤이!너한테 마늘 냄새 나!
하더래요.
그 길로 숙소에 와서 냉장고 속 마늘 파 된장 고추장 다 버렸대요
그리고 햄 치즈 우유 버터만 먹었대요.
그랬더니 언제부터인가 다른 선수들이 슬금슬금 다가와서 말을 걸어 주었다는...
먹는 것이 곧 그 사람이죠.
마늘만 보면 박찬호 선수가 떠올라요.ㅎㅎ

감자가 너무 싸다! 좋아라하고 냉큼 집어 왔더니만 다 이유가 있었네요.
겉이 파래요
곧 싹도 틔울 판이네요.
깊이깊이 껍질 도려내고나니
작아져서 먹을게 없네요.
그래도 토장국에는 감자 빠지면 섭하니까 꼭 넣어야죠.

두부도 대파도 숭덩숭덩 썰어 넣으면 반은 완성!
저 초등학교 아니 국민학교 때
두부공장 딸이 있었거든요.
소풍 때 그 친구 김밥에는 두부가 들어 있었어요.
저는 고추장 바른 밥을 김에 감싸서 가져갔는데 우리 엄마가 음식 솜씨가 그야말로 꽝이어서 그것도 감지덕지 했거든요.
근데 신기하게 저는 창피하지는 않았어요.
소고기에 두부 넣고 가지런한 동그라미 김밥을 가져온 두부공장 딸이 부럽기는 했어도 울 엄마가 싸 준 고추장 김밥이 더 좋았답니다.

대파까지 넣었으니 이제 한소끔 푹 끓여주면
얼큰 뜨끈 칼칼
감자두부 토장국이 완성 됩니다.
"아저씨 이거 먹고 속 따뜻하게 출근하세요!~^^
사랑해요!"
에헤이!
가족끼리 이러는거 아니라고요?
ㅋㅋㅋㅋ

2021.11.27 - [쉬운요리] - 초간단 얼큰 두부 짜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