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

인생은 계획대로 가지 않는다.

갑순이는 아침해가 떠오르면
거실 소파로 폴짝 올라가서는
밖을 내다 봅니다.
하늘도 보고 땅도 보고 지나가는 사람도 바라봅니다.
어떤 날은 뭔가 깊은 생각을 하는 것처럼 심각하게 하늘을 보거든요.

그런 갑순이를 보고 있으면 저도 모르게 같이 하늘을 보게 되요.
'하늘에 뭐 있나? '하면서요.
무념무상으로 밖을 보는 강아지가 왜 이리도 평화롭게 보이면서 부러운건지요.

그러고보니 하늘 올려다 본지도 오래 되었네요.
지금껏 코 앞만 쳐다보고 살기가 바빴네요.
늘 맘의 여유도 없고 늘 불안하고 늘 걱정의 연속이었네요.
올 해 들어서 저의 생활패턴이 바뀌면서 맘의 여유가 더 없어졌거든요.
기쁘지도 행복하지도 희망적이지도 않았던 나의 올 해!

갑작스럽게 아픈 아버지를 우리 집으로 모시고 오면서 주변을 돌아 볼 여유도 없고 가장 가까이 있는 남편에게도 소홀하게 되서 너무 미안하다가도 스스로에게 지쳐서 이도 저도 다 귀차니즘이 되는 나날의 연속이었어요.
제가 멀티플레이어가 못된다는게 여실히 드러나는 한 해가 되고 있답니다.

아버지에게 온통 신경이 가 있으니 남편도 내 자신도 돌아보지 않게 되더라고요.
그러니 무슨 하늘 따위를 올려다 보았겠어요.
무슨 계획성 있는 삶이 되었겠어요.
그냥 하루하루 아버지 잘못되지 않도록 버텨나가는 중이니까요.
어느날 문득 갑순이를 보는데
어찌나 부럽던지요.
무념무상으로 바깥경치를 그대로 눈으로 담고 하늘을 감상할 수 있는 제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아직도 제가 처한 현실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예전생활만 그리워하나봐요.
그래도 지금껏 아버지 포기 안 하고 올 수 있었던 것은 제 주변 사람들 덕이예요.
매 주 먼길 와주는 동생들 가족과
가장 큰 지지대가 되어주는 나의 아저씨!
그리고 저를 늘 지켜봐 주는 딸!
아저씨 말대로 이 생활에 적응해 나가야 할터인데요.
그게 저의 미래 계획을  향후 일부 포기해야 한다는 것이 쉽사리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게 화가 납니다.
몇 해 전 다녀왔던 경주 고택 방문을 다시 한 번 하고 싶은 생각에 무심코 딸에게 전화를 걸다 말고 화들짝 놀라서 얼른 끊었었네요.
갈 수 없는 처지라는걸 감쪽같이 잊고 제가 하고 있는 행동이라니...
그러면서 앞으로는 나에게 여행이란 힘든 것이구나 생각하니
그 동안 '다음에 다음에'하며 미루기만 했던 내 자신이 원망도 되고요.
아저씨한테 살짝 털어 놓았더니 본인은 이미 예견한 일이라고...하네요.
전 늘 인생이 계획대로 잘 돌아갔었거든요?
근데 이번엔 이게 아니더라고요.
아저씨는 곧 좋아지시면 갈 수 있다고...
위로해 주더라고요.
저에게도 그런 날이 오겠죠?
하긴 아침에 출근하면서 '혹시 오늘 돌아가시는거 아닌가?'
불안해 하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그래도 이젠 "잘 마무리 하고 오너라"하는 인사말을 듣고 출근할 정도로 좋아지고 계시니 함께 나들이 갈 날이 꼭 오리라 희망을 가져 보려고요.
모처럼 맑은 하늘을 올려다보니 별별 생각이 다 나면서 파란 하늘을 보니 새롭게 희망으로 마음을 다잡게 되네요.
인생은 제가 계획한 대로 흘러가기도 하지만 계획하지 않은대로도 갈 수 있다는 것이
여실히 증명되는 2021년을 살고 있답니다.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갑순이의 가을  (10) 2021.11.07
반려견 산책은 왜 필요할까?  (8) 2021.10.28
혼합어와 순우리말  (10) 2021.10.19
반려견을 바라보는 마음  (12) 2021.10.18
시트형 세제 캡슐형 세제 시트형 섬유유연제 사용 후기  (3) 2021.1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