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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라떼가 꼰대가 되는 이야기

라떼가 꼰대가 되는 이야기

내가 장거리 여행 갈 때 빠지지 않는 최애 템 음료가
바로바로 라떼다.
라떼는 말이야!
갓 볶아낸 커피에 우유를 부어서 고소하고 담백하게 즐기는 커피이다.
칼로리는 좀 있지만 바쁜 아침 식사대용으로도 좋고 너무 쓴 아메리카노가 취향 아닌 사람이 마시면 제격이다.
그런데 말이다. 이 라떼가 아니라ᆢ
내가 요즘 직장에서 나도 모르게 자꾸 찾는 라떼가 있는데
내가 "라떼는 말이야!"
할라치면
모여 있던
동료들이 슬금슬금 내 방을 나간다.
"라떼는 말이야!"
하면 벌써부터
막내는 귀를 막고 그게 언제 적 얘기냐며 코웃음을 친다.
이상도 하다.
예전에는 직장생활이 힘들다며 상담을 청해 오는 사람에게
"라떼는 말이야!" 하면서 도닥이고 경험담을 들려주면 도움이 되었다고 하면서 고맙다고 하면서 ᆢ
역시 연장자의 말을 들어야 한다면서ᆢ
이랬었는데 말이다.
업무처리가 안 돼서 퇴근 못하는 사람에게 가서 "라떼"를 들먹이며
나처럼 해보라고 내 방식을 알려주면 도와주어서 끝마칠 수 있었다고 고마워했었는데 말이다.
요즘 라떼는 즐기는 사람들이 별로 없나 보다 입맛이 변했나? 싶다.
라떼가 꼰대가 되는 순간이다.
내가 드디어 꼰대가 되어가고 있다는 증거이다.
"라떼는 말이야!"로 간단히 꼰대가 된다는 사실!
위키백과에서 꼰대의 뜻을 찾아보았다.

 

 


오잉? 여태까지
내가 "라떼는 말이야!" 했던 것은 바로 꼰대가 하는 꼰대질이었다.
꼰대질은 주로 아버지나 교사 등 나이 많은 사람이 자기의 사고방식이나 주장을 강요하는 것을 말한다고 한다.
내가 상대방보다 직장 좀 오래 다녔답시고 내 경험이 정답인양 고집하지는 않았을까?
내가 신입들보다 아는 것이 좀 많다고 내 지식을 그들 머릿속에 담으려고 하지는 않았을까?
내가 자라면서 전수받은 사상을 나도 모르게 나보다 어린 후배들에게
강요하고 있지는 않을까?
돌아보게 된다.
세대가 달라지는 것을 안타까워만 하기보다 받아들일 때는 과감히 받아들이고 고집도 버릴 줄 알게 되어야 할 텐데
그게 말처럼 쉽지는 않다.
내가 배운 것만 옳다고 고집하기보다 젊은 사람들의 방식도 존중해 주어야 한다.
직장에서 뿐만이 아니다.
우리 딸이 갓 대학 들어갔을 때 자기 아빠와 가벼운 주제로 논쟁이 있었는데 아빠가 본인의 신념을 강요하자 그 자리에서 대놓고 "아빠는 꼰대!"라고 한 적이 있었다.
아저씨도 충격받았겠지만 옆에서 듣고 있던 나도 내심 놀랐었다.
그 뒤로 아저씨는 어땠는지 모르지만 나는 딸에게 말하고 행동하는 것에 내 사상을 억지로 집어넣지는 않는지 조심하게 되고 변한 세상의 트렌드에 맞춰 이해하려고 나름 노력하고 있다.
꼰대가 되는 라테는 그만 찾고 진짜 고소하고 맛있는 라떼를 찾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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