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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설거지! 그 힐링됨에 대하여

설거지 마친 싱크대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봅니다.
이게 뭐라고!
뿌듯하네요.
오! 깨끗하다!
힐링이 따로 있나요?

한 시간 전에 이랬던 곳이예요.
정말 난감한 상황이죠?
근데 이게 저는 매일 반복입니다.
그릇 마구 꺼내 쓰는 습관 때문에요.
그릇이 많으니까 뒤를 생각하지 않고 계속 꺼내고 또 꺼내고...
거기다가 먹으면 바로바로 치워야 하는데 쌓아 놓고는 소파로 가 버리거든요.
먹고 나면 설거지  하기가 왜 그리도 싫은지...
식구는 강아지까지 넷 뿐인데
설거지는 맨날 대가족 수준!
이러니 한 번 설거지 하고 나면 다리 허리가 저리죠.
그런데도
이 버릇을 못 고쳐요.ㅎㅎㅎ

하지만 이게 또 끝마치고 나면 묘한 성취감이 있어요.
나름 힐링이 되거든요.
뿌까뿌까 수세미에 거품을 내어서 닦기 시작해요.
시작이 힘들어서 그렇지 시작만 하면 또 재미가 있어요.

뽀드득 뽀드득 세제 먹은 그릇들이 쌓여 갑니다.
어찌나 많은지 컵이며 밥그릇에
냄비까지 아슬아슬 쓰러지겠네요.

살짝 헹구어서 식기 세척기 안에 넣어요.
우리집 세척기는 6인용인데 들어간 그릇은 아마 9인은 되지 싶네요.ㅋㅋㅋ
맨날 열일하는거죠.
전용세제 쓰기도 하는데
애벌설거지 해서 넣는게 더 확실하게 깨끗해요.

나무, 유리, 도자기등은 세척기로 넣고
플라스틱, 에나멜 같은건 넣지 않아요.
고온으로 건조해서  변형되거나 환경호르몬 나오니까요.

이 세척기로 말하자면 벌써 10년 가까이 된 가전인데요.
제가 주방에서 가장 애정하는 거예요.
진짜 편리하고 시간도 절약되고 거기다가 뽀송뽀송 살균까지!
이사오고 나서 직장이 엄청 멀어졌을 때 쌓여만 가는 설거지를 감당 못하는 저를 보다 못해 아저씨가 사주더라고요.
"설거지는 못 도와주니까 이거라도!" 하면서요.

뚝배기도 싹싹 닦아요.
그러고보니 그릇들이 다 구식이라 무거운 것 들 뿐이네요.
우리 할머니 말씀이 늙으면 손에 힘이 없어지니까 그릇들도 가벼운거로 바꿔야 한댔는데...
전! 아직! 젊을래요.ㅋㅋ

국솥이랑 채반 큰 볼들도 예뻐졌어요.

이제 물기 빠지면 집어 넣어야죠.
수납장 속은 엉망이지만 일단 다 넣고 안 보여야 직성이 풀립니다.

음식물도 꼭꼭 싸매서 냉동실
맨 아랫서랍으로 들어가고요.

개수대랑 수세미 거치대 배수구도 깨끗이 닦아요.

깨끗해 지는거 보면서 설거지 하다 보면 뿌듯해지고
또 희한한 생각도 든답니다.
'저녁밥 하지 말까?
아니지! 여긴 모델하우스가 아니야!' 하고 말이죠.
가끔 방송에서 연예인들 집 소개할 때  보면 주방이 사람 안 사는것 마냥 너~어무 깨끗할 때가 있잖아요?
마냥 부럽더라고요.
저도 그렇게 살 수 있을까?
생각해 봤거든요?
결론은 먹고 싶고 하고 싶은  요리가 너무 많아서 안 될거 같아요.ㅎㅎㅎ

수납장 속에 그 옛날 친정 엄마랑 시어머니가 남겨 주신 이쁜 그릇들 꺼내서 맘 껏 쓰고 설거지 산처럼 쌓고 "아고 허리야!" 하면서 설거지 하고 깨끗해진 주방을 보면서 힐링되고 그러면서 살으렵니다.
힐링이 뭐 별건가요?
내 맘이 정화되면 그게 힐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