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

너의 엄마와 나의 엄마! 지금은 같이 계시겠지.

 

 

우리 부부는 둘 다 엄마가 이 세계에 안 계신다.
두 분 다 20여년전 우리가 결혼하고 몇 년 사이 50대의 나이로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며 저세계로 가셨다.
우리에게는 각자의 엄마가 사라지게 되었고
어린 딸에게는 할머니들이 차례로 사라지게 되었다.
사랑하는 가족의 부재도 힘들었지만
몇 년 사이에 두 어머니를 한꺼번에 보내드리니
그 슬픔은 서로의 가슴에 깊이깊이 동굴이 되었다.
그치만
뭐 세계가 이 세계 뿐이리!
눈 앞에 없다고 없는 것이 아니지!
내가 못 보는게 슬프고
의지할 사람이 없으니 울고
물어볼 때가 없어지니 답답한거지
엄밀하게 생각해 보면 돌아가신 분들을 위해서 운 것도 아니지 싶다.

가끔씩 아저씨랑 서로의 엄마에 대해서 회상하면서 추억할 때도 있는데 시어머니와 장모님에 대해서 짧은 만남 동안의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추억하곤 한다.
이제 내가 저 세계로 가신 엄마들의 나이대에 가까워지다보니 요즘들어 두 분 생각이 더 난다.

두 분을 모두 보내고 나서
나는 그 때부터 지금까지 한결같이 상상하는 것이 있다.
하늘 저 높은 곳에 새 하얀 구름이 퐁실퐁실 떠 있고 이 끝에서 저 끝으로 무지개가 드리워진 새 하얀 마을에 큰 누각이 앞으로 뻗은 고래등 같은 한옥 집에서 울엄마랑 울시어머니가 같이 살고 계신다.
아! 거기에 우리 시어머니랑 단짝이셨던 문구점 아주머니까지 같이 계신다.
그 분은 우리 시어머니 가시고 일년만에 떠나셨지 아마!

호탕했던 울엄마가 엄지와 중지로 딱!딱! 박자를 맞추며 노래를 부르고
손맛 일품인 시어머니가 경상도식 무국에 호박부침개 부쳐서 나눠먹으며
셋이서 같이 하하호호 이 세계에서 힘들었던 것 다 버리고 평화롭게 살고 계시는 상상!
그 곳에서 늘 우리 두사람을 살펴주고 계신다는 믿음!
살면서 어떤 선택의 기로에 오면 나는 늘 하늘의 두 분은 뭐라하실까?
그 분들은 이럴 때 어떻게 하셨을까? 생각해 본다.
힘든 일이 생기면 두 분께서 지켜보고 계시니 힘내자!고 하면서 기운을 얻고
우리 두사람에게 좋은 일이 생기면 그 곳에서도
아싸 신난다! 하면서 지르박 박자 맞춰 춤추며 좋아해주시겠지! 한다.

여기 계실때 고생만 하시다가 우리들 결혼해서 손주 보고 막 인생 즐거워지려할 즈음에 가셔서 그게 늘 아쉬움이긴 하다만 내 마음 속엔 늘 두 분이 창창했던 50대 모습 그대로 살아계셔서 함께 해 주고 계신다.
나의 엄마와 너의 엄마!
지금은 같이 계시니
외롭지 않고 슬프지 않으시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