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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청소할 때 필수 준비물 선글라스?


딸이 해 준 청소 얘기
"엄마! 화장실 바닥에 물 내려가는데 있지?
나 거기 속에도 청소했어!
거기 열어보니까 머리카락 그런게 들어 있어서
으읔!
그거 빼고 솔로 닦고 이렇게 해야지 화장실에서 냄새도 안나지!
나 잘했지? "
일회용 장갑 끼고 했단다.
자기 아빠가 맨손으로 하지 그걸 뭘 끼냐고 하니까
하는 말!
"아빡~~!
나는 그래도 양반이야
내 친구는 변기 청소할 때 선글라스끼고 한대"
"왜?"
"더러운거 보면 토 나온다나?"
푸하하하!
상상하고 얼마나 웃었던지...
아마 비위가 엄청 약한 친구인가보다.
근데 나도 그렇게 해 봐? 하는 생각도 잠깐 든다.
독립해서 제일 힘든게 청소랑 밥이라는데 안하는것 보다 청소하려고 하는 모습이 너무너무 이쁜 아이들이다.

나 어릴 때
일요일 아침 8시40분!
내가 제일 좋아하는 만화가 시작하는 시간이다.
들장미 소녀 캔디!
오프닝~~
외로워도 슬퍼도 나는 안울어~~~~
참고 참고 또 참지 울기는 왜 울어~~~
그때 엄마가 부르는 소리!
건넌방 닦으라고!
허걱! 거긴 티비가 없다.
볼륨 크게 해 놓고 귀동냥하며 속으로는 엄마 원망하며...
울 엄마는 장난꾸러기였다.
내가 골부리면서 청소하는 모습이 귀여워서
일요일 아침만 되면 만화 시작시간에 맞춰 청소를 시켰던 것이다!
외출하실 때는 늘 "엄마 갔다 올 때까지 어디어디 청소해 놓아라!"
하고 주문을 하고 가셨다.
엄마는 늘 새벽 4시면 일어나셔서 온 집안을 쓸고 닦고 물을 틀어 놓고 걸레를 빨고 ...
그 소리에 나는 꼭 깼다가 다시 잠들곤 했다.
엄마는 뭘 먹으면 바로바로 설거지를 하고
앉아서 이야기 나눌 때도 손은 항상 방바닥을 닦고 소파에 앉으면 먼지를 닦고 ...
심지어 내가 산통이 와서 엄마를 오라고 불렀던 그 날도 애 낳으러 병원 가면 며칠 동안은 청소 못한다고 빨래 설거지 화장실 베란다까지 물 청소를 하신 양반이다.
배 아픈 딸 곁에 좀 있어주시지...
그런 엄마한테서 자란 반작용으로
나는 청소 게으름뱅이이다.
하하하하!
그래서 지금 이 나이에도 청소가 제일 싫은걸까?
어쨌든 이제는 청소기도 좋은 것이 나오는 시대에 살고 있으니 편리하고 아저씨가 거의 다 도와주니 나는 어쩌다가 먼지나 닦는 정도이다.
딸도 그런 엄마한테 보고 자라서
청소 모를거 같은데 또 반작용으로
딸 집에 가 보면 늘 깔끔하다.
나의 더러움이 오히려 딸에게는 깔끔으로!
여하간 청소할 때 더러운 꼴 보기 싫으면 짙은색 선글라스를 하나 준비하든지
아니면 더러워지기 전에
미리 미리 청소하던지!
나는 전자가 더 끌리는데...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