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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나의 이모

이모랑 오랜만에 가을 산책을 했다.
여름에 일산 호수공원 산책 후 코로나로 서로 조심했었다.

산책을 좋아하는 나의 이모가 소개해 준 일명"초급용 산책 코스"!
걸음 걷기도 연습이 필요해서 처음부터 무리하면 안 된단다.
김장김치 주신다기에 김치통 갖다주러 갔다가 아파트 앞 낙엽송들이 너무 예쁘다 하였더니 더 좋은 길을 보여주신다 하여 얼결에 따라 나섰다.

이모와 둘이서 출발!
하늘과 땅이 온통 가을 색이 가득하다.

떨어져 쌓인 낙엽들에서 반짝반짝 짙은 가을 빛깔이 보인다.
이모는 자기가 살고 있는 동네의 구석 구석 좋은 산책 코스를 꿰뚫고 있다.
몇 시간짜리! 몇 키로짜리! 코스도 다양하다.
작년부터 구십 넘은 자기 엄마와 같이 살기 시작하면서 처음에는 오랜 세월 각자 살았던 탓에 다툼도 많았지만 이제는 서로의 성격을 알기에 서로 될 수 있으면 조심하려고 해서인지 잘 지낸다고 한다.

노랗게 빨갛게 자기의 원래 색을 뽐내는 단풍들!
이제 서서히 겨울 채비를 하는구나.
요렇게 예쁜 색을 보고 있으니 괜시리 아이가 되는 것 같다.

바스락 바스락 잘 마른 낙엽을 밟으며 걷는 기분이 운치 있어 참 좋다.
이모는 집에서부터 2키로 넘게 떨어진 이 길도 쉬는 날이면 산책 나와 걷는다고 한다.

12월 퇴직을 앞둔 이모는 같이 일하는 동료들이 퇴직이 아쉽다며 졸업기념 여행을 다니자고 해서 쉬는 날 마다 서울 근교로 여행을 다닌다고 했다.
8차까지 졸업여행을 계획했는데 이제 6차 여행을 갈 차례란다.
참 재미나게 직장생활 하시네.

한 직장에 30년을 넘게 다니면서 퇴임을 앞두고 있는 것도 존경스럽지만 같이 일하는 동료들과 사이 좋게 지내는 모습이 더 존경스럽다.
떠나는 동료가 아쉬워 졸업여행 타이틀을 붙여 만남을 가지고 퇴직하고도 계속 보자고 해 준다는것이 나도 직장을 다니지만 그게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닌 것을 알기 때문이다.

일산 호수 공원으로 이어지는 길도 너무 예쁘다.
더 돌아서 호수 공원까지 가 보고 싶었지만 오늘은 초급 코스라서 여기서 끝내야 한단다.ㅎㅎ
이모는 퇴직하면 잠시 쉬며 막내동생이 있는 미국에 다녀오고 싶다는데 코로나가 어찌될 지 모르겠다고 하신다.
늘 씩씩하고 유쾌하게만 보이는 이모지만
내면에는 아픔도 많으신 분이란걸 알기에
이모의 삶을 바라보는 내 마음이 더 애틋하다.
이모의 바로 위 언니가 바로 나의 엄마인데
우리 엄마는 딱 지금 내 나이에 일찍 하늘나라로 가셨다.
그래서 이모가 집안의 장녀 노릇을 하며 살고 있다.
그래서 나도 늘 이모를 엄마처럼 생각하고 이모도 나를 조카 이상으로 챙긴다.
이모는 늘 매사 긍정적이고 감사하며 사신다.
그래서인지 주변에 좋은 사람이 많다.
나의 이모를 보면서 나도 저렇게 늘 감사하며 살아야지 본받게 된다.
가을 산책하며 이모랑 두런두런 나눈 시간이 참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