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

딸래미가 해 준 안경

 얼마 전 이에요.

"엄마 돋보기 맞추러 고모한테 언제 가?
나 렌즈도 다 써 가거든!"
딸이 톡을 했더라고요.
그래서 나들이겸 안양으로 출발했죠.
아저씨 사촌동생이 하는 안경점이예요.

이것 저것 써보고 색도 고르고요.
안경은 여러 개 있으면 좋을거 같지만 편안한 것 하나로 착용하는것이 더 좋다고 하는데 돋보기 하나로 직장과 집에서 같이 쓰려니 좀 불편하길래
"돋보기 하나 더 있으면 좋겠어!"
했었거든요.

아저씨도 쓰고 있는 다초점 안경이 너무 스크래치가 많이 나서
수명이 다했다고 바꿔야 할것 같고요.

이렇게 다양한 안경테 중에 어떤 것이 어울리는지 고르는 것이 생각보다 어렵더라고요. ㅋㅋㅋ

젊어보인다는 말에 혹! 넘어가서는 결정!

케이스도 예쁘네요.

딸도 늘 쓰던 렌즈가 다 떨어져서 구입했고요.

아니 그런데 계산을 딸이 하지뭐예요.
"아니 왜 네가?"
"엄마 돋보기랑 아빠 안경 내가 쏠게!"
"아냐 우리건 내가 할게."
아저씨가 내 카드를 막으며
"딸이 해 준다잖아요! 넣어둬요."
오기 전에 둘이서 모종의 얘기가 오간 듯하네요.
이제 입사한지 갓 일년!
딸이 직장생활 힘들게 해서 번 돈을 쓰게 하는게 맘이 불편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스멀스멀 기분이 묘한게 엄청 좋은거 있죠?
이런 기분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제가 첫 월급 탔을 때가 떠오르면서 엄마ㆍ아빠 내복 사드리고 월급 봉투째 드렸더니 우리 아빠가 네 돈이니까 네가 알아서 관리하라고 돌려 주셨던 기억이 나면서 그 때 내 부모님도 이런 기분이셨을까 싶더라고요.
불과 일년 전 까지만해도 학생이었던 아이가 훌쩍 달라져 보여요.
이제는 딸이 우리 두 사람의 자식을 넘어서 우리랑 동등한 사회인이라는걸 실감했어요.
가끔 자기 아빠랑 통화하는걸 들어봐도 학생티는 벗어지고 각자 회사원끼리 하는 대화를 해요.
그럴 때 또 한 번 사회인이라는걸 느끼죠.
협탁에 놓인 안경 쓸 때 마다 생각이 나네요.~^^
지금도 요 안경 쓰고 글을 쓰고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