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

계절은 가고 인생의 가을은 온다.

'봄이 언제 오려나...' 했는데 가을이 가고 있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들이 농익은 단풍에 바람에 휘날리는 낙엽까지 살면서 이번 가을만큼 아쉽다고 느낀 때가 많지 않은 것 같다.
계절은 나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그저 자기의 시간을 묵묵히 살아낼 뿐이다.


인생 뭐 있어? 라는 말을 입에 달고 즐기며 살던 내가 한 사람을 만나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한 해 한 해 살면서 새로운 무언가를 꿈꾸고 달리다가 쓰러져서 좌절하고 또 일어서는 수많은 순간들을 지내면서 나의 뒤를 돌아다보며 조금은 흐믓해 할 수 있는, 그리고 앞으로도 걸어가야 할 "인생의 가을"이라는 길목 앞에 서 있다.

앞으로도 지금까지처럼 반복되는 삶을 살아가겠지만 예전처럼 이유도 없이 불안하거나 내 자신에게 초조하거나 외롭지는 않게 살 수 있는 단단한 마음이 생긴 것 같다.
가장 가까이서 나를 응원해 주는 가족이 있기에 난 혼자가 아니다.
살아보니 그것이 바로 내 인생의 행운이고 선물이다.
그 선물들을 끝까지 잘 간직하고 싶다.

중년의 삶에 들어와 있는 나 자신을 돌아볼 때 이룬 것도 많고 버린 것도 많지만 확실한건 '인생이란 것이 무엇인가를 이루어 내는 과정이 아니라 사람들과 더불어 묵묵히 살아가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계절로 보면 나의 인생도 이제 막 발디딘 가을의 초입!
돈과 명예와 부와 같은 눈에 띄는 수확이 아니어도 좋다.
사랑하는 가족과 그들의 건강!
그리고 그들과 함께 웃을 수 있는 여유와
나의 사람들을 소중하게 여기며 사는 열매를 맺을 수 있다면 내 인생의 막바지 낙엽이 떨어질 때 아쉽지 않겠다.
낙엽지기 전 고운 색을 발하는 단풍처럼
하루를 묵묵히 살아내고 그 하루가 모이고 모여서
나의 아름다운 가을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