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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환상의 결혼 환장의 결혼

젊은 시절 나의 결혼 상대에 대한 이상형!
키는 커야 하고
유머러스해야 하고
안경은 써야 하고
다리 털은 많아야 하고 ㅋㅋㅋ
첫째 아들이어야 하고 등등
아니 대체 이게 무슨 소리야?
이건 뭐 지금 보면 얼토 당토 않는 이상형이지만
소중히 간직하련다!
왜냐? 이건 나의 젊은 시절 나 나름대로의 기준이니까 인정해 줘야지!


이런 철부지가 운 좋게도 이상형에 가까운 우리 아저씨를 만나게 되었으니 나는 전생에 나라를 구한 것이 틀림없다.
그야말로 환상적인 결혼을 한 것이다.

반대로 우리 아저씨는 전생에 나라를 팔아먹었는지 철부지 나를 만나 결혼까지 했으니 다시 물르자 할 수도 없고 환장할 노릇이었으리라!
그러니까 다음 생에는 또 나를 만날까봐 돌로 태어난다고 하지. 하하하!
그 시절 나도 아저씨도 멋모르고 결혼했지만 그거 하나는 확실했던 것 같다.
결혼해서 상대방 덕을 보려고 한 것은 없었다는것!


결혼에 대한 환상은 다들 가지고 있을 터.
하지만 잘못된 환상은 곧 환장으로 가는길!
다시 말해서 결혼해서 덕 좀 봐야겠다 하는 심보가 바로 그것이다.

결혼만 하면 아내가 아침밥을 해 줄 줄 알고 은근 들떠있던 남편은 아내가 결혼 전 습관대로 아침식사는 건너 뛰니 멘붕이 온다.
반면 아내는 결혼하면 남자가 모닝커피 쟁반을 침대에 가져다 줄 줄 알고 기대 하지만 남편은 출근 시간도 잊은 채 자고 있어 매일 같이 깨우는게 일이니 전쟁도 이런 전쟁이 없다.

결혼만 하면 지긋지긋한 직장 때려치우고 남편이 벌어다 주는 돈으로 편히 먹고 살아야 겠다고 생각했던 아내인데 정작 남편은 결혼 후에도 당연히 둘이 같이 돈 벌어야 한다고 노골적으로 드러내니 서로가 서로를 배려해 주지 않는다며 부글부글한다.

아내는 결혼하면 남편이 자기의 아버지처럼 늘 소중하게 챙겨주고 배려해 줄 줄 알지만 오히려 남편은 결혼을 하면 자기의 엄마와 같은 아내가 하나부터 열까지 다 알아서 챙겨주는 줄 착각하다가 서로 서운해서 싸움이 되어 버린다.

결혼 전 상대방에게는 서로 좋은 모습만 보이려고
단점은 숨기고 드러내지 않다가 결혼하고 나면 생활 속에서 속속 드러나는 눈에 거슬리는 상대방의 행동과 말들이 "내가 눈에 뭐가 씌었지!"
를 계속 반복하게 되니 이것 참 환장할 일이다.


환상의 결혼이 환장이 되는 것은 서로가 결혼으로 덕을 보려는 생각이 자리잡고 있어서가 아닐까?
결혼은 서로를 키워줄 준비가 된 사람 둘이서 만나 상대방을 응원하고 서포트 해주며 배우자를 키워주는 크고 원대한 프로젝트다.

1~2년 걸리는 프로젝트가 아니라 평생에 걸쳐 완성되는 것이다.
"이 사람과 결혼해서 덕보고 살아야지!"
하는 심보를 가지면 거기서부터 환장하기 시작한다.
"이 사람과 결혼해서 내가 키워줘야지!"
해야 거기서부터가 환상적인 결혼 생활의 시작이 되는 것이다.
정신적으로 물질적으로 내가 가진것을 아낌없이 나누고 서로에 대한 지원을 아낌없이 해 주며 상대방에게 빌 붙어 덕이나 볼 마음이 1도 없는 사람이여! 그대 결혼하라!
환상의 나라가 열릴지니! 하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