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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애정표현을 보는 시선이 따뜻해지다.



90년대 중반!
저의 리즈시절, 혈기 왕성하던 시절이 있더랬죠.
사귀고 있는 남자친구 집에 가려면 몇 시간에 한 번 배차되는 버스를 타고 동네 마을회관까지 간 다음 내려서 흙바람 풀풀거리는 비포장 길을 30분 정도 걸어 들어가야 하는 곳 이었답니다.

햇볕이 뜨거운 여름 날!
우린 시내에서부터 택시를 타 버렸어요.
둘 다 넉넉하지도 않은 사회 초년생들이 할증까지 감수하면서 타고 간거죠.
지금 생각해 보면 저를 배려한 남자 친구의 애정어린 행동이었던 것 같아요.
동네 어귀에 들어서자 비포장이 시작되고 덜컹거리는 창밖으로 흙 먼지는 뿌옇게~~~날리는데
둘이는 뒷 좌석에서 서로 손 꼭 잡고 꽁냥꽁냥!
히힛! 마냥 좋을 때였네요.
마을회관 쯤 지났을 무렵 !
앞 유리창 밖으로 사람 하나가 보이더라고요.
어머나 세상에!
남자친구의 어머니가 장바구니를 머리에 인채 걸어가고 계신게 아니겠어요?
너무 당황한 우리는 잡았던 손 얼른 놓고는 글쎄
그 자리에서 택시를 내려버린 거예요.
그리고는 남자 친구가 달려가서 어머니의 장바구니를 받았죠.
그제야 상황을 눈치 챈 남자친구의 어머니가 하신 한 마디!
"아이고 이 싱거분 아야!
내를 태웠어야지! 택시는 와 보내삐노?
같이 타고 드갔으면 될거를! 바보 아이가!"
아! 맞다! 그렇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둘 다 참 어리숙했죠?

지금 다시 생각해 보면 저나 남자친구는 어른들 앞에서 둘이 같이 있는 모습을 보이는 것 만으로도
무슨 큰 애정행각이라도 하다가 들킨 것 마냥 당황했던 거예요.
딸의 표현을 빌자면 우리 둘 다 순간적으로 머리가 고장 나 버린 거죠.
게다가 차 안에서 서로 손깍찌 까지 하고 있었잖아요.ㅋㅋㅋ
둘 다 찐 바보 맞죠?


그 때 그 남친이 지금 제 곁에 있는 아저씨예요~^^
올해가 결혼 25주년 이에요.
저는 정말 인생의 큰 선택 중의 하나인 결혼을 참 잘했구나 싶어요.
왜냐하면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을 때가 얼마나 행복한가! '를 몸소 느끼며 지금까지 왔으니까요.

저의 젊은 날에는 애정 표현이 그리 자유롭지 않았어요.
사회적 분위기도 저 자신도 그랬죠.
오히려 그 때보다 지금이 더 서로를 향한 애정표현의 방식이 말로 행동으로 다양해졌다고 볼 수 있죠.



그래서인지 나이 들어가면서 젊은이들의 애정행각을 목격했을 때의 시선이 나의 젊은 날을 생각하면서 보면 괜시리 따뜻해지는 것 같아요.
'참 좋을 때다! 나도 저런 시절이 있었는데!
뭐 이런 생각이 들면서 그 순간이 저 사람들에게는 어떤 마음이겠구나가 이해되면서 그냥 너그러워지고 바라보는 눈빛이 흐믓해진다고나 할까요? 그러면서 누구의 시선도 의식하지 않고 당당하게 하는 애정 표현들이 부럽기도 하고요.

버스정류장에서 젊은 남녀가 백허그를 하고 있는 모습을 봤을 때도, 횡단 보도 건너편에서 서로의 허리를 감싸 안고 서 있는 모습을 봤을 때도, 대로변에서 부둥켜 안고 입맞추는 모습에도
심지어는 영화관 엘리베이터 안에서 이 세가지를
한 번에 하는 멀티 플레이어를 봤을때도
제 눈에는 그저 예뻐 보이기만 하더라고요.
'참 좋을 때구나!
사랑의 감정에 충실하구나!'
하면서요.


예전 같으면 눈살 찌푸리며 차가운 시선으로 바라보았을 부분인데 이만큼 살다보니
그 사람들의 마음도 경험상 헤아리게 되더라고요.
아마 지금도 어떤 분들은 좋은 시선으로 보지 않을 수 있겠지만요.
이건 제 주관적인 생각입니다.
사랑은 위대한거고 그걸 표현하는 것은 아름다워요.
심각한 애정행각으로 간혹 사회적으로 지탄받는 일도 심심찮게 일어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애정 표현은 사랑의 필수조건 아닐까요?
"표현하지 않는 사랑은 사랑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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