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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운요리

열무국수 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마세요

열무국수 맛나게 먹는 장면이 티브이에서 나와요.
아저씨가 맛있겠다 이래요.
저도 그러게 맛있겠다 이랬죠
우리 집에도 열무김치가 있긴 해요
하나도 안 익었지만요
저녁에 열무국수 해 먹을까요?
하니까
그거 좋지!
기대가 만발입니다.

열무김치 국물에 설탕 한 숟가락 참기름 통깨 넣고 잘 저어서 국물을 만들었어요

삶은 국수 위에는 열무김치 당근 깻잎 양배추 새싹채소 맛살 삶은 계란 소고기볶음 방울토마토 파프리카 파인애플을 조금씩 올려요
이때다 싶어 야채를 듬뿍!

아저씨는 깻잎을 즐기지 않아요
그래서 아저씨 그릇에는 깻잎이 없고요.

여기에 김치국물을 자박자박하게 넣어줍니다.

어때요?
맛있어 보이지 않나요?
그리고 맛있었고요
그런데 우리 아저씨는 식탁에 앉기도 전에
비빔국수 아니었어?
고명이 뭐가 이렇게 많아?
이건 열무 국수가 아니지!
아저씨가 먹고 싶은 건 열무만 들어간 비빔국수였던 거죠
ㅋㅋㅋㅋ
아! 그래요?
나는 국물국순 줄 알았지!
우리 그럼 내일 열무국수 먹으러 갈까요?
아니야 됐어
그냥 먹지 뭐!
후루룩 짭짭~
먹는 소리를 들으니 그나마 맛이 없지는 않은가 봐요.
싫어하는 야채가 잔뜩 올라가 있는 것도 거슬렸는지
파인애플을 가리키며
이건 뭐야?
그거? 파인애플
파인애플은 왜 넣었어!
그러니까 내가  열무국수가 또 먹고 싶어 지는 거야!
하네요.
본인의 기대와 너무 다른 요리가 나온 거죠
야채 먹게 하려는 저의 사심이 들킨 거예요
제깐에는 더 잘해주려다가
핀잔만 듣는 식사자리가 되어버렸죠
티는 안 냈지만 초큼 똑땅해떠요~ㅠㅠ

인생이 그런 거 같아요
딱 그만큼만
사심 넣지 말고
상대가 원하는 만큼만
해줘야 하는데
그래야 저도 상처 안 받고
상대방도 만족하는데
상대방을 위한다는 이유로
저만의 사심을 이것저것 부리다 보면 기본은 빠지고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가 나오는 것 같아요.
그래도 싹싹 다 비우고
잘 먹었어요~
해 주는 한마디에 마음이 스르륵 녹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