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

어쩔티비 저쩔티비 행복해라 갑순이

우리 집 갑순이가 이제 사람으로 치면 팔순이 된 나이인 만큼 차량이 도착했습니다 방송이 나온다고 해서 여느 집 강아지처럼 현관문 앞에 대기하고 있다가 집사가 들어오면 빙글빙글 돌며
겅중겅중 뛰며 좋아하는 날은 하늘에서 별 따기보다 더 힘들죠.

그래도 퇴근하고 갑순이 보기 위해 급히 서둘러서 현관문 열고 들어가면 두귀를 쫑긋 세우고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자기 요람에 앉아 있거든요.

갑순이 잘 있었어?
하면 괜히 다른데 보고 있다가 제가 계속 우리 갑순이 여기 있었구나
이리 와~^^
하면 한창 생각하다가 슬금슬금 걸어 나와서는
왼다리 오른 다리 번갈아가며 기지개 편 다음 그제야 제 앞에 와서 꼬리를 치며 반겨요^^

그런데 우리 갑순이 오늘은 아주 오만방자하게 저를 반기네요.
홀까닥 드러누워서는
왔냐? 하면서 눈만 끔뻑거리고 있어요
ㅋㅋㅋㅋ

어서 나를 안아 올리지 않고 뭐 해?
나를 안고 귀에 뽀뽀해 줘야지!
딱 그런 표정입니다
ㅎㅎㅎ

일으켜 앉혀 놨더니 그대로 시간이 흘러갑니다.
딱 세 살 아기 우리 갑순이♡
제가 반김을 받으려고 엄청 노력해야 하죠
안아 올려서 품에 안고는 우리 갑순이 까꿍부터 시작해서 둥가둥가에 빗질까지 해줘야 좋아하죠.
저는 또 그런 집사노릇이 빨리 하고 싶어서 칼퇴근은 물론이고 운동화도 구겨신은채로 운전대를 잡거든요.
집사들이 반겨주는 강아지만 예뻐하는 줄 아셨다면 큰 오해입니다.
저 같은 사람도 있다는 거 기억해 주세요.

하지만 이 모든 걸 한 번에 평정하는 사람이 퇴근하면 상황은 달라집니다.
아저씨가 집에 오면 뒤를 졸졸 따라다니면서 저렇게 정자세로 사랑의 눈빛을 보내거든요.

저것 보세요
분명 조금 전까지 저한테 어쩔티비 저쩔티비 하고 누워 있었는데 지금은 아저씨한테 간식 달라고 아주 정자세로 아저씨 손만 뚫어져라 보고 있는 거요
ㅋㅋㅋㅋ
반려견도 누울 자리를 봅니다.
요즘 어쩔티비도 하고 저쩔티비도 하지만  갑순이가 없었다면 제 삶은 어떻게 되었을지 상상도 하기 싫어요.
갑순아 우리 오랫동안 행복하게 함께 살자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