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쉬운요리

초간단 두부 조림과 반찬투정 없는 아저씨

정말이지 아무것도 없더라고요.
냉장고를 열었는데  
두 부 한 팩이랑 풋고추 얼리거 한 봉지가 다였어요.
그 흔한 파나 양파 쪼가리도 보이지 않고 먹다 남은 고기 찌꺼기도 안보이더라고요.
팬트리에 가보니 조미김이랑 스팸 라면이 보이는데 얼른 머릿속에
김치 놓고 김 놓고 스팸 굽고 두부두루치기 간단히 해서 먹으면 되겠다는 생각이 떠올랐어요.
평소 두부를 즐기지 않는 아저씨도 두루치기로 해 놓으면 먹으니까 요렇게 상차림 하면 그래도 성의 없다 소리는 듣지 않을 거 같았거든요.
냉장고에서 두부 꺼내서 큼지막하게 착착 썰고
납작한 스테인리스 냄비에 올리브유 넉넉하게 두르고
중불에 두부를 한쪽면만 익혀주면서 끼얹을 소스를 동시다발로 만들기 시작했어요.
간장 고춧가루 다진 마늘 매실액 통깨 넣고 잘 저어서 달콤 짭조름한 양념을 만들어 지지고 있는 두부 위에 한 숟가락씩 얹어주고
냉동 풋고추 몇 개 스르륵 뿌려준 뒤 약불로 줄이고 뚜껑 덮어 익혀주었어요.
뚜껑 열자 익은 고추랑 간장 내음이 너무 좋은 거예요
10분도 안 걸린 요리에 비주얼도 나름 좋고!
아저씨한테 보여주며
이거랑 밥 먹으면 어때요?
좋아요!
근데 진짜 두부 한 조각도 안 먹는 거 있죠?
저는 또 자존심에 왜 안 먹냐 묻지도 못하고 식사시간 내내 왜 다른 반찬이랑만 먹을까 유추했죠.
결론은 풋고추가 아니었을까 싶네요.
저는 맵지만 않으면 고추를 워낙 좋아해서 찌개나 국에도 송송 썰어 넣어 먹을 정도거든요.
그래서 여름에 시아버님이 농사지은 거 주시면 몇 봉지는 꽝꽝 얼렸다가 겨울까지 먹어요.
근데 아저씨는 풋고추일 때만 먹지 그 외에는 고추를 별로 즐기지 않더라고요.
저는 워낙 좋아하니까 통째로 넣어도 두부랑 함께 맛나기만 했건만 아저씨는 뚜껑 여는 순간 뜨악했던 게 분명해요.
그래서 안 그래도 별로 좋아하지도 않는 두부 고추내음까지 가세했으니 안 먹는 거겠죠.
식사 끝날 때까지 결국 저 혼자만 두부조림 먹었어요.
다 못 먹어서 타파에 담아 냉장실에 넣었어요.
내일 또 저 혼자 먹어야죠 뭐 ㅠㅠ
그래도 고마운  아저씨~^^
왜 고추를 넣었냐
싫어하는 거 모르냐
일절 타박이 없어요.
일생 음식타박을 몰라요.
그저 젓가락이 오지 않을 뿐!
저도 왜 안 먹냐?
고추 좀 들어갔다고 먹으면 죽냐? 이런 거 안 해요.
잔소리하는거 별로 즐기지않아요.
같은 집에 살지만 음식 취향은 다를 수 있으니 안 먹으면 싫어하는군! 속으로 생각하고 말아요.
아즤씨는 그래도 한조각도 안 먹은 게 맘에 걸렸나
맛있게 잘 먹었어요!
하고는
말하기를 집에 돌아와서 둘이 함께 밥 먹을 때가!
제가 자기 밥을 차려주는 것이!
요즘 들어 더더욱 고맙게 느껴진대요.
쪼끔 속으로 뜨끔 하더라고요.
먹는 내내 왜 내가 한 요리 입에도 안 대지? 하면서 속으로 투덜투덜 댔는데
갑자기 미안해지는 거 있죠?
내일은 아저씨 좋아하는 김칫국 끓여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