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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마음이 편한 집

아는 지인분이 집에서 나와 홀로 생활한지 꽤 오래 되었다.
그 사람에게 집이란 불편하고 괴로운 존재였다.
기술직으로 몇 날 몇 일 현장에서 일하고 집에 가는 날이면 차 안에서 더러운 작업복을 새 옷으로 갈아입고 들어가야 한다고 했다.
지저분한 옷을 입고 들어가면 그 날은 부부싸움의 날이 된다고 한다.


집에 들어가도 편히 앉을 소파 하나가 없다고 했다.
보너스 타서 마음 먹고 들여 놓은 소파를 거실이 좁다고 부인이 내다 버렸다고 한다.
휴일 아침에 차려주는 밥은 기대도 않하거니와 배가 고파서 냉장고를 열어 보면 비어있는 때가 많아 나가서 사 먹는 날이 더 많다고 한다.


부족한 휴식이라도 취하려고 누우면 장보러 가자!
바다보러 가자! 백화점에 데려다 달라!는 부인의 성화에 장거리 운전하고 밥 한끼 사 먹고나면 하루가 다 간다고 한다.
차라리 현장 컨테이너 숙소의 스프링 튀어나온 소파에서 지내는게 더 맘이 편해서 집에는 드문 드문 들어가다가 몇 년 전부터는 아예 집을 나와서 따로 지낸다고 한다.


자기 집 보다 훨씬 열악한 환경의 공간이지만 마음이 편해서 다시는 집으로 들어갈 생각이 없다고 한다.

이런 것들을 다 무시하고라도 마주 앉기만 하면 늘 싸움이 나고 편안히 대화가 오고 가는 것이 아니라 일방적인 이야기 듣기만 계속되다보니 집에 들어가기 전 부터 지치고 긴장이 되면서 집이란 그 사람에게는 불편하고 싫은 존재가 되어 버린것이다.
30여년을 그러고 살았으니 이제는 자유롭게 맘 편히 지내고 싶어 나왔다고 한다.

사람에게 있어서 집이란 무엇일까?
내가 생각하는 집은 돌아가고 싶은 곳이어야 한다.
돌아가야만 하는 곳이 아니라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들어야 한다.
아침에 출근하면 퇴근해서 얼른 집으로 가고 싶어야하고
멀리 여행을 떠나면 여행지가 아무리 좋아도 집에 오는 순간 '아! 돌아와서 참 좋다!'하는 생각이 들어야 한다.


집이 넓고 고급져서 돌아오고 싶어지는 것이 아니라 완전한 쉼과 안정과 행복감을 주는 편안함이 그 사람에게 집으로 돌아가게끔 하는 마음이 들게 되는 것이다.
집에 오면 밖에서의 긴장과 피로를 다 내려놓고 누구 눈치도 볼 필요 없이 자유로워야 한다.

집이라는 공간은 거주의 목적과 생활의 편리성 뿐만 아니라 가족이 모여서 그 안에서 평온과 휴식과 사랑을 느끼면서 미래를 가꾸는 곳이다.
집에 들어오기 싫어하고 밖으로만 도는 사람은 무언가 집에서 안정감과 편안함 그리고 온전한 휴식이 없기 때문이다.

어른이든 아이든 집에서부터 편안해야 학업도 일도 가족관계도 사회생활도 원만해질 것이다.
집은 그런 안정되고 따뜻한 분위기를 유지해주는 곳이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위해 집에 있는 가족 구성원이 모두 함께 노력해야 한다.

아이 어릴 적 방학 때 할아버지 댁에 몇일 간 보내고 싶어도 절대 안가려 하길래 나중에 물어보니
두 분이 싸우는 걸 보고는 엄청 마음이 불편했었단다.
엄마 아빠가 싸우는 모습을 한 번도 본적 없는 아이라 그럴 때 마음 대처가 어려웠던가 보다.
지금도 아이는 우리 부부에게 그 점을 가장 신기하게 생각하고 있다.

마음이 편한 집이 제일이다.
어릴 때 술드시고 들어오는 아빠와 그게 싫어서 싸우는 엄마의 안 좋은 소리를 자주 들으며 큰 나는 내 아이에게는 그런 콩닥거림은 겪게 해 주고 싶지 않아서 그건 나와 아저씨의 철칙이다.

어디에 살든 어떤 집에 살든 가장 중요한것은
가족 구성원이 그 집에서 마음이 편안한가? 하는 것이다.
집은 휴식의 장소이자 마음의 안식처이며 미래를 준비하는 중요한 공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