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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돈은 빌려주는 순간 잊어야 한다.

친한 사람끼리는 돈 거래를 하지 말라는 말이 있다.
여지껏 형성해 온 좋은 관계를 하루 아침에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돈을 잃는 것도 잃는 거지만 사람도 같이 잃는다.
돈을 빌려주기 전 까지는 내가 갑일지 몰라도 돈을 빌려주고 난 순간 부터는 내가 을이 된다.
갚지 않고 차일 피일 미루는 상대방의 눈치를 보게 되고 달라고 독촉 하면 인정 없어 보일까 싶고
마냥 기다리다가 보면 하루가 이틀 되고 이틀이 한 달 되고 한 달이 일년이 된다.
그러는 동안 돈을 받아야 하는 사람만 전전긍긍하게 된다.

오래 전에 어디를 봐도 돈이 많아 보이는 사람이 잠깐만 쓰고 주겠다고 내 돈을 빌려간 일이 있었다.
내가 돈이 있다는 것을 알았는지는 모르겠지만 당장이 급하다고 몇 개월이면 해결이 된다고 하면서 간곡히 얘기하는 것을 듣고 또 그 사람이 어느정도 재력이 있다는 것을 알았기에 믿음을 가지고 당장 내가 필요치 않은 적지 않은 목돈을 서슴지 않고 주게 되었다.
물론 나는 부자도 아니고 그 목돈은 내가 열심히 한푼 두푼 모은 돈이니 나는 그 돈을 꼭 받아야 하는 돈이었고 내 처지를 누구보다도 잘 아는 사람이 빌러간 것이니까 말하지 않아도 어련히 알아서 주겠거니 했다

결론은 받지 못했고 자연히 그 사람과는 연이 끊어지게 되었다.
돈도 잃고 사람도 잃었다.
나는 스스로 그 사람과의 연락을 끊으면서
받지 못한 돈에 대한 미련도 버렸다.

내가 깨달은 것은 '돈은 빌려 주는 순간 잊어야 한다' 는 것이다.
그냥 줄 수 있는 만큼만 주고 받을 생각을 하지 않아야 한다.
그렇게 못하겠다면 당장은 매정하다는 소리를 듣더라도 아예 빌려주지 말아야 한다.

아저씨는 젊은 시절 고시공부를 하는 어려운 선배에게 자기의 신용카드를 주었었다고 한다.
카드비 청구서는 아저씨한테 매월 꼬박꼬박 날라 왔을텐데 ...
이해하지 못했다.
뭐지? 왜? 무엇 때문에?
아저씨한테 들은 답은 " 내가 그만큼은 능력이 되니까 !"였다.
젊은 날에 그는 넉넉한 형편의 싸나이가 아니었는데 도대체 왜 그랬을까?
나중에 받을 생각도 아예 안 한다고 했다.
자기가 조금 덜 쓰면 된다고 했다.
그 때는 이해하지 못했는데 막상 내가 믿었던 가까운 사람에게 그런 일을 당하고 나니 왜 아저씨가 그런 행동을 했는지 이해가 되었다.
돈 때문에 사람을 잃지는 않으려고 한 것이다.

돈은 주는 순간 잊어야 한다는 말은 빌려준 돈을 받지 말라는 얘기가 아니라 내가 상대방에게 받을 생각을 하는 순간 내 마음이 지옥으로 들어선다는 이야기.
감당하기 어려운 돈 거래는 아예 할 생각을 말아야 한다.빌려 주고 나서 내가 도로 급해지는 상황이라면 더더욱 돈거래는 말아야 한다는 말이다.
돈을 잃으면 다시 벌면 되지만
사람을 잃으면 관계 회복은 쉽지 않다.
돈으로 인해 그동안 좋았던 서로의 관계가 어그러지는 것은 무척 마음이 쓰리고 또 오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