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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아빠와 갑순이

아빠가 점점 더 못 걸으십니다.
방안에 화장실이 있지만 거기도 가기가 위태위태해서 화장실 가까이 침대 위치를 바꾸느라고 저녁 드시고 소파에 잠시 누우셨어요.
냉큼 아빠 옆으로 가서 자리잡은 갑순이 보이시죠?
ㅎㅎ
아빠의 영원한 충견 갑순이^^
우리 갑순이는 얼굴이 오목조목한게 참 이쁘다고 아빠는 갑순이 볼 적마다 얘기하세요.

우리 부부 출근하고 요양 보호사 올 때까지 쓸쓸하게 혼자 계시는 아빠!
갑순이랑 정도 많이 들었죠.
몸도 성치 않아서 마음대로 움직이지도 못하시는데 갑순이가 그나마 아빠 곁을 지켜주니 얼마나 든든하시겠어요.
시야에서 사라지면 대번에 우리 아가는 어디있느냐고 찾으실정도거든요.

우리 아빠랑 한 침대에서 잠자고 생활하던 갑순이였거든요.
아빠집에 살 때는 9시 뉴스 끝나면
자기가 먼저 방으로 들어가자고 아빠한테 짖고 했대요.
ㅎㅎ
아빠 팔을 베고 잤다는데
ㅋㅋㅋ
여기 와서는 밤에는 우리 부부 방으로 오지만 낮에는 늘 아빠 곁에서 아빠를 지키고 있어요.
퇴근하고 집에 가보면 영락없이 아빠 곁에서 꼬리를 흔들며 반겨준답니다.

아빠가 주사맞거나 의사가 오거나
손님이 오거나하면 방 앞에 떡하니 앉아서 우리 아빠를 어찌하려나 지켜보고요.
아빠가 아프다고 소리라도 지를라치면 막 달려와서 아빠를 쳐다보면서 몸을 부르르 떨면서 안절부절하거든요.
그럴 때보면 사람보다 더 나아요.
작년 아빠가 입원하셨을 때는
아무도 없는 방 앞에 앉아서 침대를 물끄러미 바라보는데 그걸 보는 제 마음이 찢어지더라고요.
한 번 주인은 영원한 주인인거죠.

아빠가 일찍 혼자 되시고 너무 힘들었을 시절을 함께 해 준 고마운 갑순이에요.
지금은 아빠가 당신 몸 추스리기도 힘든 상태라서 갑순이를 보살피는것을 우리 부부가 대신 하고 있지만
얼마나 남았을지 모르는 우리 아빠의 인생에 마지막까지 함께 해 줄 고마운 갑순이랍니다.
어찌 안 이쁠 수가 있겠어요.
아빠 드시는 간식을 달라고 떼를 써도 이쁘고 자기 가고픈대로 간다고 목줄을 당기는 것도 이뻐요.
하기 싫은 것은 못들은 척 귀먹은 척하고 뚱 하고 있는 것도 이쁘기만 하답니다.
갑순이도 나이가 많고 아빠도 연세가 있고 아프시다보니 별별 오만가지 생각을 다 하게 되는데 만약 갑순이가 없었다면 우리 아빠가 얼마나 쓸쓸한 인생을 살았겠나 싶어요.
갑순이도 아빠도 건강히 오래오래 우리들 곁에 머물렀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