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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식물을 기르는 마음 측은지심

엄마아빠집 인테리어가 너무 맘에 안들어서 하루빨리 독립해서 자신만의 인테리어로 꾸민 집에 살고 있는 딸 집에 갔다가 놀라운걸 봤어요.
식물!
화분!
엥?
자기는 절대로 화분 안키운다고 했는데?

숨쉬는 토분에 고이 심겨져 있네요.
이게 어찌된 일이냐?
화초명은 몬스테라래요.
이름은 김쑥쑥이래요.
보고 배우는게 무섭다더니
우리가 화분 키우는거 보면서
자기는 절대 화분같은거는 안키운다더니...
꽃집을 지나가는데 자기를 부르더랍니다.
저 몬스테라가요.
물이 부족하면 목이마르다면서 제 혼자 잎을 도르르 말고 있는대요.
그 모습이 그렇게 예쁠 수가 없대요.
허 참 나!

화초용 분무기도 샀대요.
영양제도 주었다네요.
이왕 기르는거 잘키우고 싶대요.
회사 갈 때는 최대한 빛이 잘 들어오는 곳에 놔 주고 간대요.
평소엔 환기에 관심도 없던 애가 식물에게는 맑은 공기가 필수여서
하루 두번 꼭 창을 연다네요.

흙도 꽃집에서 추천해준 배양토로 썼대요~^^
아! 웃기면서도 기특하면서도
짠했어요.
요녀석 혼자 사는게 외로웠을까요?

30년은 너끈히 쓸거 같은 거름도 샀더라고요.
화분 하나 키우는데 부수적인 것들이 더 많네요.ㅋㅋ

꼭 물고기 밥처럼 생겨서 냄새도 곰곰하니 그래요.

요걸 몇 알갱이씩 화분 흙에 놓아주는거라네요.

식물도 숨을쉬고 흙도 숨을 쉰다나요?
그래서 화분 선택도 까다롭게 물이 잘 빠지고 공기도 통하는 토분을 구매했대요.
이천 도자기마을에 토분만 주로 취급하는 곳을 인터넷으로 찾아보았다면서요.
허 참 ~^^

자기 아빠한테 금전수도 키워보고 싶다 했나봐요.
본가에 있는 금전수를 작은 화분에 몇줄기 옮겨서 딸 집에 가져다 주네요.

그 새 커다란 바퀴달린 화분받침을 구매해서 쑥쑥이를 올려 놓았더라고요.
금전수도 함께 올려 놓아도 자리가 남을 만큼 큰 화분받침이네요.

금전수 이름은 십억이래요
김십억!
이름은 아저씨가 지어준거에요.
김쑥쑥과 김십억 우리 딸과 한 공간에서 생활하는 식구들이 되었네요.
딸이 어서오라며 가족이 된 것을 축하한다고 말해줍니다.
옆의 빈 자리에도 올 화분이 있다고 하네요.
몇개 더 샀다고요.
대형 화분받침을 왜 샀을까?
했는데 바로 그런 이유였군요.

우리집도 겨울이 되면서 베란다에 있던 화분들이 거실로 총집합을 하고 그 와중에 군자란은 올해 들어 두번째 꽃을 피우고 있네요.
아마도 화분이 작다고 분갈이 해달라고 시위하는거 같아요.

딸이 아빠는 화분을 왜 키우냐?
그리고 왜 잘 키우냐?물으니까
우리 아저씨 대답은 살아있는 생명이라 죽일수가 없어 키운대요.

틔운 새싹채소도
우리 아빠 텃밭도
시작은 다른 사람이지만
종래에는 아저씨가 맡아 관리하는것도 같은 이치겠지요?

식물도 기르는 사람의 정성을 알아보는지 한번 더 들여다봐주면
더 이쁘게 초록초록하게 자라네요.

식물을 기르는 마음은 곧 측은지심 아닐까요?
보살펴주려는 아껴주려는 가련하게 여기는 마음 말이에요.

꺽꽂이 되어 있는 금전수들이 물병 속에서 싱싱하게 분갈이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양분이 부족해서 위로만 올라오던 만세선인장은 우리 아빠가 기력있으실 때 장대를 꽂아 주어서 구부러지지 않고 잘 크네요.

군자란도 내년 봄에는 커다란 화분으로 옮겨 주어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