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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운요리

스팸에그토스트

우리 아빠는 아마 전생이 있었다면 저어기 머나먼 지중해 사람이었을거에요.
맨날 생선만 좋아하고
풀도 싫어하고
그 중에서 밥은 정말 정말 싫어합니다.
안그래도 조금 나가는 몸무게에 병까지 얻어서 더 줄어들어 40키로 넘기는게 소원이었을적
의사 선생님 말씀이 다른거보다
한국사람은 밥을 잘 먹어야 힘이 난다고 당부하셨었는데 여지껏 밥량은 그대로 입니다.

하루에 밥 반공기 드시면 그 날은 엄청 많이 드신거에요.
저 어렸을적에도 엄마의 고민이 한 공기 드리면 반 공기를 남기고 반 공기 드리면 거기서 또 반을 남겨서 어느 날은 두 숟가락을 주니까 한 숟가락을 남긴다고 엄청 속상해 했을만큼
밥을 잘 안드세요.

그렇게도 밥을 싫어했는데
그나마 요즘은 국수나 빵 칼국수 같은 밀가루 음식이라도 드시니 너무 좋아요.
입맛도 변하는지 아니면 나이드니 미각이 무뎌지는건지 안드시던 컵라면도 찾으시고 쫄면도 드시고요.
하지만 밥은 평생에 늘지 않는 숙제입니다.

아빠! 옛날에 할아버지가 밥 많이 못 먹게 했어?
왜이렇게 밥을 쬐끔 드실까?
했더니 옛날에 할아버지는 밥 많이 먹으면 미련하다고 많이 못 먹게 했다는거에요.
ㅎㅎㅎ
아빠의 어설픈 핑계!
시골에서 만석꾼 집 아들이었는데 설마 밥을 안줬을까...
그냥 우리 아빠는 밥이 싫은거에요.
뭔가 새롭고 예쁘고 신선한것을 찾는거죠
식상한 밥 같은거 말고!
이제는 밥은 포기했고 다른거 찾아서 좋아하시는거 잘드시는거 위주로 드려요.
그게 다 젊을 때 드시던 안주류
ㅋㅋㅋ
닭발 족발 홍어 생선회 생선구이 산낙지 조개같은거요
정말 살 안찌는 단백질들이죠?
평생 혈압 당뇨 없으셨던 아빠의 비결이 바로 이런 식습관이었을까요?
하지만 지금은 체격이 어느정도는 있어야 그나마 생활하시기 무리 없으니 우리는 어찌하면 아빠가 살이 찔 수있을까를 고민하죠.

아침은 원래 안드시고 점심은 요양보호사님과 드시니 하루 한 번 함께하는 저녁식사 시간에 저는 한 숟가락이라도 밥을 더 드시게 하려고 잔소리 기관총이 따발따발 나오거든요.
반 공기 퍼드리는 밥 안 드시고 젓가락만 왔다 갔다 하는거 보고 있으면 속이 터지지만 나이들면 아가가 된다잖아요.
얼르고 달래고 구슬르고 윽박질러가며 어찌어찌 식사를 마치면 그제서야 한시름 놓입니다.

노인의 건강이란게 모래성 같아서 방금까지 멀쩡하다가도 밤새 나빠지더라고요.
몇번 겪고 나니까
그래 이 정도면 안심이다!가 없어요.
약도 꾸준히 밥도 꾸준히 생활 패턴은 규칙적으로
가야해요.

요즘은 그래도 짜증 덜 부리시고 영양제도 맞으세요.
한번 주사 꽂으면 새벽까지 꼼짝 못하는데도 잘 견디고요.
약도 밥대신 먹는 유동식도 비위 상할텐데 꼬박꼬박 드시니까 한결 좋아지셨어요.
예전처럼 돌아가지는 못하지만
지금처럼만 유지하시면 더 바랄게 없답니다.

밥대신 잘 드시는 스팸에그토스트!
여기에 설탕 솔솔 뿌려서 드려도 좋아하시죠.
만들기도 쉬우니까 밥 싫다할 때 드리기 좋아요.
빵에 계란에 햄까지 있으니까요.
아빠는 발왕산 막걸리 제로랑
아저씨랑 저는 우유랑 먹으면
한끼 식사로도 손색없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