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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오각형 모임

아저씨의 고향 친구들!
우리 아저씨는 중학교때 이사와서 쭈욱 살았으니 제2의 고향인 셈인데 여기서 함께 큰 다섯명의 절친들이다.
성격도 생김새도 하는 일도 모두 다른 다섯명!
그래서 만든 모임 이름은 오각형
두세달에 한 번 적당한 날을 잡아서 친구들과 만난다.
지금은 코로나 기간이라 서로서로 조심들하고
만남을 자제하고 있지만 말이다.

아저씨랑 같이 간다하면 어디라도 좋지만
오각형 모임에 가는 건 특별히 더 즐겁다.
우리 부부는 이 날이면 젊은 시절 들었던 음악을 찾아 틀고 휴게소에 들러 커피도 사고 손 꼭 잡고 드라이브를 한껏 즐기며 서로 바빠서 못했던 이런저런 속 얘기도 하면서 두어시간 가량 걸리는 길을 친구들을 만나러 간다.

마주하는 사람들!
다들 나이가 먹을만큼 먹은 중년이지만
오각형 모임을 하는 날에는 젊은 시절 패기와 열정의 그 때로 돌아간다.
마치 타임머신 타고 돌아간 듯이
눈빛이 초롱해지고 말투가 건방져지며
세상을 들었다 놓을 것처럼 토론이 대단하다.
우리 아저씨도 목소리까지 쩌렁쩌렁 젊어진다.

근황 토크부터 가족 얘기 사회 이슈에 주변 친구들 얘기까지 하다보면 1차로는 모자라다.
2차로 자리를 옮겨 정치 경제에 우주까지 폭 넓은 토크가 이어지고 3차로는 남녀가 나뉘어서 남자들은 당구장으로 여자들은 커피숍으로 간다.
요때 우리 여자들은 자식교육 얘기 각자 직장 얘기를 한다. 그리고 빼 놓을 수 없는 각자 남편 뒷담화도? ㅋㅋㅋ
어떻게 보면 오각형 친구들 덕분에 알게 된 사이지만 이제는 서로의 속 내도 터놓고 남편에게도 못하는 고충도 나누는 고마운 지인들이다.

그냥 친구들이니까 거리낄 것도 눈치 볼 것도 없고
아저씨가 친구들과 만나서 웃고 즐기는 모습을 옆에서 가만히 보고 있으면
'그래 저럴 때가 있었지! 세월이 이렇게 많이 흘렀어도 언제든 허물없이 만날 수 있는 친구가 참 좋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젊은 시절 아저씨로 돌아가서
그 동안 쌓였던 스트레스를 다 힐링하는 것 같은 느낌이다.
왁자지껄 웃고 떠드는 모습에 내 마음도 저절로 흐믓해진다.

밥도 먹고 술도 마시고 커피숍도 가고 당구도 한 게임하고
때론 영화도 보고
때론 볼링도 가고
뭐 남들 보기엔 특별한 거 없는 만남일지 모르지만
나는 아저씨의
오각형 모임을 좋아한다.

30여년 동안 각자의 삶들에 편지 풍파가 없었을까마는
내가 젊은 시절 직장 생활 하면서 우리 아저씨를 만나게 되어 이 사람들과의 인연이 일부 녹아 있는 것 때문은 아니다.
이렇다 할 친구가 없는 나에게는
철 없던 학생 시절에 뭉쳤던 친구들이 성인이 되어서 서로 다른 각자의 인생을 무탈하게 살다가 얼마만에 한 번씩 시간을 내어 모일 수 있다는 그 자체가 기적 같고 새삼 대단하게 느껴진다.
하루 하루 열심히 살다가
한 번씩 만나서 무탈한가 얼굴 보고 같이 밥 먹고 시간 보낼 수 있는 것이 소중하게 여겨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오각형 친구분들 다 감사하고 또 감사합니다.
건강하게 코로나 이겨내고 건강하게 만나요.
그리고 아저씨의 오각형 모임에 항상 초대해 주어서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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