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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재택 근무

나의 여러 개의 소원 중 하나는
우리 둘 다 어서 퇴직해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함께 있어 보는 것이다.
토요일 일요일 함께 있으면 왜 그렇게 시간은 빨리 가는지...너무 아쉽기만 하다.
만약 퇴직하면
느즈막하게 일어나서 아침식사는 먹고 싶으면 먹고 말고 싶으면 말고
특별한 스케줄 없이 느릿 느릿 흘러가는 시간을
즐기고
업무의 스트레스 따윈 '개나 줘버려 !'하면서 무념 무상으로 단순하게 사는 생활!
아마 생각은 이래도 막상 닥치면 또
아이쿠! 이게 아니구나! 할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하지만 이 소원이야말로 그만큼 경제력이 뒷받침 되지 않으면 힘들기 때문에 우리의 노후를 위해 그저 소원으로만 두고 지금은 힘 닿는데까지 각자의 일 터에서 일하고 있다.
'지금 힘들어도 참고 견디면 내세에서 행복하다!'
이런 주의를 정말 싫어하는 나이지만
노후의 삶은 또 다르게 다가온다.
지금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노후가 힘들어지니까!

어쨌든 이런 이유로 하루에 잠자는 시간 빼고 만나는 시간이 네 다섯시간 밖에 되지 않다보니
(거기다가 저녁 시간이라 잠순이인 나는 저녁만 먹고 나면 티비고 이야기고 다 귀찮고 몽롱하다가
소파에 누워 잠들거나 아저씨 무릎베고 잠들거나 둘 중 하나다.)
주변에 자영업하는 부부들 보면 무지 부럽고
퇴직 생각은 간절하다.
근데 이건 순전히 나 만의 마음이겠지.
우리 아저씨도 나 같지는 않을테니까 말이다.

한 번씩 주고 받는 농담!
"나는 다시 태어나도 아저씨랑 결혼할래요!"
"그래요? 그렇게 해요. 나는 안 태어나려고"
ㅋㅋㅋㅋ
"일단 태어나만 있으세요. 내가 아저씨 찾아 갈게!"
"알았어! 돌로 태어나야지!"
이런다. 아! 진짜~~~~

어쩌다 서로 휴가가 안 맞아서 나는 출근하는데 아저씨는 집에 있을 때가 있으면 그게 왜케 좋은지
모른다.
퇴근하고 오는 현관에 아저씨가 떡하니 나타나서 반겨주며 "수고했어요"하고 안아주면 엄청 심쿵하다.

그런데
글쎄
우리 아저씨가
일주일 간
재택 근무를 한단다.
얏호!


집으로 컴퓨터랑 서류를 다 싸들고 왔길래
"왜? 회사에 확진자 나왔어요?"
"아니"
"회사에서 짤렸어?"
"아니"
"그럼 자가 격리 하래요?"
"아니예요. 지금 갑자기 확진자 늘고 다들 걱정되고 하니까 이번 주는 재택근무 하기로 한거야."

오자마자 식탁 치우고 일 책상을 꾸민다.
컴을 세팅하고 선을 연결하고...
아흐 신난다.
이제 일주일 동안은 집에 오면 아저씨가 반겨준다!
"내가 재택 한다니까 좋아 죽겠지?
그러시겠지. 이제 출근하기도 싫겠지!"
막 나를 놀린다.ㅋㅋㅋ
뭐 사실이니까.
아! 진짜 출근하기 싫을 각이다.
딸도 재택 근무라던데
아저씨도 재택이고
하! 나도 재택 근무 하고싶지만
나는 가능성이 0%!
여기서 만족해야지 뭐!

"아저씨 재택 근무 환영합니다!
안전하게 열일 하세요.
이왕 재택하는거 설거지랑 빨래 청소도 좀 부탁해요"
하하하하하하 농담이다. 농담
재택근무 여성들이 육아에 살림에 시어머니 잔소리까지 같이 듣게 되서 재택 근무
비 선호한다는 말을 어디서 들어가지고 한 번 해 본 소리다!
코로나19로 진짜 매일이 살얼음판인데
그나마 아저씨라도 재택 근무하게 되서 정말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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