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딱지가 날라왔어요.
이번에는 속도위반!
시아버님이 위반한 교통 범칙금 청구서는 차의 명의자인 아저씨 앞으로 가끔 배달 됩니다.
신호위반 속도위반 주정차위반 등 다양하게 와요.
퇴근해서 돌아와보니 침대에 고이 누워 주무시는 아빠!
아침에 머리 맡에 놓고 간 음료도 그대로고 사과는 입도 대지 않아서 갈변한 채 그대로고
욕실 문을 열어보니 신으시기 좋게 돌려 놓은 슬리퍼도 그대로네요.
오늘도 침대에서 한 발짝도 떼지 않은 아빠!
서로의 아버지가 참 많이 다르죠?
시아버님은 팔순 가까운 나이에도
매일 산에 오르시고
좋은 골동품을 찾아 지방까지 경매장을 다니시고
먹고 싶은 것이 생기면
마트도 다녀오시거든요.
정원도 손수 가꾸시고요.
지난 주 내려갔더니 그 새 또 정원을 고추장 된장 달인의 포스로 싹 바꿔 놓으셨더라고요.
와! 대단하시죠?
저 큰 독들을 충청도까지 가서 경매받아 트럭에 싣고 오셔서 지게차 불러서 내리고 하나하나 굴려서 자리 잡고 닦고 ...
장정들도 혼자 못하는 일인데...
무지하게 활동적인 분이시죠.
좋아하는 일하실 때는 먹는 것도 자는 것도 잊고 열중하는 분이세요.
그야말로 행동파시죠.
반면 나의 아빠는 예전에도 그랬지만 아프시면서는 더더욱 움직이는것도 줄어들고 행동 반경도 좁아져가고 있어요.
하루 종일 화장실 거실과 주방 정도 잠깐씩 나오는 것만 빼고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침대에서 갑순이와 함께 보내십니다.
뉴스 다큐 예능 드라마 스포츠 시사등 빼 놓지 않고 시청하면서 간간히 코멘트도 하시고요.
좋아하는 막걸리를 이제는 드실 수 없어 무알콜 막걸리를 드시지만 그걸 친구 삼아
심심해 하지도 않고 늘 그래왔듯이 급할 것도 없고 서두를 일도 없이 흘러가는 자신의 시간을 살고 계시죠.
기쁜 일도 힘든 일도 매사 그저 순리대로다! 여기고 겸허하게 받아들이실줄 아는 평온의 아이콘이죠.
저는 활동적인 시아버님이 부러운데
반면 우리 아저씨는 장인어른이
움직임도 소소하고 실수하는 법 없이 매사 진중한 것이 부러운듯 보이네요.
두분이서 반반씩 섞였으면...
ㅎㅎㅎ
하지만 정작 중요한건
두분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이 아니라 두분 자신들이 불편하지 않고 나름의 삶의 방식이 좋으면 그만 아닌가요?
자기 삶을 자기가 살고 싶은대로 살 수 있다는거!
저도 지금은 아니지만 나중에 그렇게 살거예요.
누구 눈치 보지 않고 하고 싶은대로 하고 살 거예요.~^^
한적한 시골에서 커피 사러 들어갔더니 중년의 부부가 아내는 주문받고 남편이 커피를 내려주더라고요.
참 부럽더라고요.
나도 나중에 저렇게 살아야지!
앗!
그런데 아저씨가 동의해줘야하는데...
이번 생은 틀린건가?
ㅋㅋㅋㅋ
다음 생은 아저씨가 돌로 태어날거랬는데...
그럼 다다음 생에는 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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