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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럭키 칠칠이

 

몇년 전 여름에 떠난 여행에서

 

럭키 칠칠이

차는 대단한 소모품이며 큰 지출 덩어리임에 틀림없다.
젊은 시절 차는 쥐꼬리만 한 월급으로 생활하는 우리에겐 어림도 없는 고가품이었더랬다.
결혼 후 3년만에 시어머님이 암으로 쓰러지신 새벽에도 시동생 차를 빌려 타고 시댁으로 달려갔던 기억이 난다.
아이가 많이 아픈 날이면 택시도 못 타고 업고 걸려서 병원을 갔고 직장 동료들이 여름휴가에 차 트렁크에 코펠이며 음식을 잔뜩 싸서 강릉 다녀왔다고 사진을 보여주면 속으로 엄청 부러워했었다.
그리고 결혼 10주년에 아저씨는 나에게 아반떼 화이트를 선물해 주었다.
그 차가 나의, 아니 우리 세식구의 첫 차였다.
얼마나 좋았는지 모른다.
그리고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른다.
차는 큰 지출의 주범이기도 하지만 나에게는 그걸 뛰어넘는 더 큰 행복을 가져다주는 존재이다
우리 세식구가 한 공간에서 대화하는 공간이고
필요한 사람과 장소에 한달음에 달려갈 수 있는 기동성이며 무엇보다 하루 4시간 정도를 출퇴근에 써야 했던 장거리 직장이 이었던 나의 동반자이기도 했다
길에 휘발유를 뿌린다고 표현해야 맞앚을거야 8년을
장거리 출퇴근을 했었다.
그 때 나의 운전 실력이 일취월장했지
긴 시간 운전하는 차 안에서 나는 하루 스케줄을 정리하고 생각을 깊이 하고 강의를 듣고
음악을 틀고 노래를 부르며 소소한 행복을 느꼈다
그걸 전폭적으로 지원해주고 늘 걱정해준 내 아저씨가 곁에 있었고ᆢ
신도시로 이사 오고 5년 만에 큐엠 3으로 차를 바꿨다 7월 7일에 계약해서 칠칠이로 이름도 붙이고ᆢ
가성비 최고의 차였지만 역시 할부금은 아저씨의 몫이었다.
그런데 엊그제 여유돈이 생겨 남은 할부금을 모두 갚았단다
어머나 세상에ᆢ
"이제 맘 놓고 타고 다녀요. 완전히 니거예요."
여태 껐도 맘 놓고 타고 다녔지만 기분이 또 남다르네
지금은 코로나 시국이라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이라 자제하고ᆢ
늘 우리 둘의 움직이는 데이트 장소로도 손색없는
차를 선물해준 아저씨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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