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아저씨! 오늘 더 사랑하는 이유!
금요일 저녁!
퇴근이 늦었다.
벌써 7시 반이네
옷도 못 갈아입고 저녁 준비에 들어간다.
마음이 바쁘다.
우리 아저씨(나는 연애 때부터 지금까지 남편을 아저씨라고 부른다.)가 올 시간이 다 돼간다.
빨리빨리!!!
나는 내가 배 고픈 거 잘 못 참으니까 상대방도 그럴 거라고 확신한다.
부랴부랴 쌀을 씻고 미리 준비해 놓았던 앞다리살을 에어프라이어에 넣고 냉장고에서 아욱국 냄비를 꺼내 가스레인지에 올리고... 그 와중에 유튜브에서 읽어주는 책도 들어가며 상추랑 깻잎을 넓적한 접시에 수북이 담는다.
참기름, 얼린 마늘, 파, 설탕, 깨 듬뿍 넣고 고추장 된장을 섞어서 쌈장도 쓱쓱 만들고...
아~~~ 배가 고프다.
많이.
오늘 점심시간에 나온 배를 쳐다보고 양심상 밥을 굶었더니 눈이 돌아가려고 한다.
맨 상추를 우걱우걱.. 엄청 달다.
삑삑삑!!! 번호키 누르는 소리가 난다.
도착했구나.
내 아저씨다.
"나 왔어요." 늘 똑같은 말인데 너무너무 심쿵한 말이다.
사랑하는 아저씨를 드디어 내가 차지할 수 있는 시간의 시작이다.
아일랜드 식탁에 마주 앉아 밥을 먹다가 갑자기 일어나서는 방에 갔다 오더니
"이거 써요."
"이게 웬 돈이에요? 나 주는 거예요? 와! 좋아!"
"또 저번처럼 나한테 다시 주고 계좌로 넣어달라 하지 말고... 넣어 놓지 말고 갖고 있다가 쓰라고!"
내가 현금만 생기면 돈 써버릴까 봐 아저씨를 주면서 그만큼 내 계좌에 보내라고 했더니 그러지 말라고 미리 다짐을 하는 거다.
밥 다 먹으면 꼭 해주는 말이 있다.
"아! 잘 먹었다. 맛있게 먹었어요. 고마워요!"
그리고 올해부터 한 가지 더 해준다.
싱크대에 그릇을 넣어준다. 물론 자기 밥그릇만이지만 결혼 25년 만에 달라진 것이다.
그냥 아무것도 안 하고 내 옆에 있기만 해도 사랑스러운 아저씨지만 오늘은 더 사랑해.
용돈까지 줬으니까.
하하하!!!
하루 종일 떨어져 있었으니까 지금부터는 딱 붙어 있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