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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부부의 세계

 

25년전 신혼여행 비디오- 버스에서 조용필의 모나리자를 부르던 우리

 

부부의 세계

꿈을 꾸고 눈을 떴어요.

컴컴한데서 옆에 누워 곤히 자고 있는 아저씨를 쳐다보고 얼굴도 살며시 만져봅니다.
내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온 마음 다 준 사람이 내 옆에 자고 있는게 너무 벅차고 행복해서요.
그런데 요즘 아저씨 꿈을 자주 꾸곤 해요.
내 옆에 자고 있는 줄 알았는데 벌써 몇년전에 죽었다네요.
얼마나 슬프게 울었던지요.

부부의 세계에 들어서서 한 평생 둘이 함께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마트에 장 보러 갔다가 나이 지긋한 노부부가 다정하게 카트를 끌고 지나가는 모습을 보면 나도 늙어서 저렇게 같이 다닐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참 좋아 보여요.

횡단보도에서 허리가 구부정한 할머니가 할아버지 손을 꼭 잡고 길을 건너는 모습이 왜그렇게도 사랑스러워 보이는지요?

노년의 삶에 반려자와 함께 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요즘 들어 새삼 깨닫는답니다.

결혼이라는 시작으로 함께 한 부부이지만 그 끝도 함께라는 보장이 없는 세계가 바로 부부의 세계니까요. 

저녁 먹고 우리 둘이 아파트 둘레 산책 나갔다가 마주오는 할아버지 할머니가 써로 싸운 듯 한마디 말도 없이 뚱하니 지나가면서 자연스럽게 강아지 목줄을 바꿔드는 모습을 보면 오래토록 함께하면   
서로 말하지 않아도 다 통하는구나 싶네요.

아저씨가 없는 내 삶은 상상이 안가고 생각 만으로도 슬프고 두렵네요.

아저씨도 내가 없는 삶이 싫을것 같다고 했죠? 이 큰 집에서 혼자 어떻게 사냐고 했죠?

우리 부부는 아마도 쌩떽쥐베리의 책 어린왕자에 나오는 길들여진 여우가 아닐까요?

언젠가는 어떠한 이유로든 각자의 길로 가겠지만 우리가 함께하는 마지막 순간까지 우리 세계에서 행복하게 살기로해요.

결혼하고 25년이 되도록 큰 소리 내고 싸운 적이 없는 우리 부부!

우리의 세계에서 서로 사랑하고 서로 아껴주고 서로에게 예의있게 살아요.

화질이 다 망가진 신혼여행 비디오 속에서도 아저씨를 쳐다보는 사랑과 존경으로 가득찬 내 눈빛이 보이네요.

아참! 
이제부턴 금연하는 남자랑 살려구요.
아저씨 간이 올해부턴 니코틴 해독 안하겠다고 연락왔던데 ᆢ
이젠 나이가 나이니만큼 담배는 내몸 지킬수 있는 한도를 넘었다는거죠.
나ᆢ사랑하는 아저씨랑 건강하게
오래오래 살고싶어요.
늙어서 아저씨 병든모습 보면서
그 수발하면서 가슴아프고 싶지 않아요.

그럼 내 인생 너무 허무하잖아요?
그래요 난 나밖에 몰라요
하지만요.
나 진짜 사랑한다면 꼭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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