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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갱년기

 

 

갱년기

내 별명은 '등대'이다. 아니 등대였다.
어디든 등만 대면 잔다고 해서 우리 아저씨가 붙여준 별명이다.
고3 때도 집에 도착하면 저녁 10시 30분인데 다른 애들은 세수하고 그때부터 다시 열공 들어갈 때 난 씻고 잠자리에 들었다
물론 우리집 식구 모두 이미 잠자리에 들어 있었고ᆢㅋㅋㅋ
결혼 전에는 직장에서 밤샘 이틀하고 집에 가다가 너무 졸려운 나머지 길에 주저앉아 졸은 적도 있고
결혼 초기 시댁에서 두달동안 살았는데 퇴근하고 저녁해 먹고 시어른들 옆에서 뉴스 보다가 시아버지 무릎을 베고 잠든 적도 있다.
우리 딸 어릴 적에는 엄마가 한번 잠이들면 제정신이 아닌 걸 알아서 돈이 필요하거나 게임사이트 접속 시 내 주민번호가 필요하거나 하면 내가 잠들었을 때 와서 "엄마! 주민번호 불러줘!" 하면 내가 잠결에 술술 불러준 적도 있단다.
물론 나는 기억이 나지않는다.
딸 말로는 그때부터 게임에 입문해서 지금 게임회사 들어갔다고 농담 삼아 이야기하곤 한다
장거리를 가면 조수석에 앉아서 자고 일어나면 도착해 있고 밤 9시 넘어서 한 대화나 통화는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도통 분간이 안될 때도 많다.
어찌나 잠이 많은지 인기 많은 수목 드라마 금토드라마 등은 시작은 야심 차게 소파에 앉아 자리 잡건만 눈을 뜨면 아저씨 무릎 베고 누워있는 데다가 드라마는 온데간데없고 스포츠 하이라이트가 나온다. 나는 그새 자고 드라마는 끝난 것이다.
맨날 소원이 '잠 좀 없어 봤으면'하는 것이었는데
올 해가 되면서 등대라는 별명이 무색해지는 시간들이 자주 찾아온다.
잠이 안 온다. 잠자리에 들어 실컷 잤구나 하고 일어나면 한 시간도 안 자고 깨는 것!
아무리 잠을 청하려고 해도 눈이 말똥말똥 해지고ᆢ
생각이 생각을 낳고 그 생각이 또 다른 생각의 꼬리를 물고ᆢ 👍 오! 처음엔 이게 웬 떡이냐 하며 티브이도 보고 책도 보고 괜히 끄적거리기도 하고 핸드폰 삼매경에도 빠지고ᆢ
좋을 줄 알았는데 이게 그 다음날 낮이 되면 눈이 까끌까끌하고 정신이 몽롱한 게 생활이 안되는 거다.
밤에 잠이 안 오는 게 낮에 영향을 미친다는 생각을 못했다.
이게 바로 갱년기 증상일까?
어제도 밤 12시에 깨어 새벽 4시까지 잠을 못 자고 하염없이 달을 보다가 별을 보다가 아침에 먹을 샌드위치도 미리 만들고 그래도 잠이 안 와서 애를 먹었다.
이것도 시간이 지나면 익숙해지려나?
좋으면서도 싫은 등대라는 별명이
내 갱년기에도 지속될 수 있을까?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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