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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매양로 아버님 집

 

 

매양로 아버님 집

여기에 우리 시아버지 덕곡 선생이 혼자 살고 계신다.
오늘 낮에 내려갔더니 집 안쪽에 있던 석상 두 개가 대문 양 옆으로 옮겨져 있다.
저걸 팔순 가까운 노인이 어떻게 옮길수가 있냐고?
이 분이 힘이 50대 못지않다.
지난 가을부터 집 정원 꾸미기에 들어가서 아직도 진행 중이시다

 

 

아저씨가 어렸을 적 서울서 이사 올 때 심은 나무 밑동에도 둥근돌로 정성껏 둘레를 덮고 앙증맞은 소품으로 장식이 되어 있다.
매일 자고 나면 설봉산으로 운동 겸 돌아가신 어머니 수목장 한 정상까지 올라가셨다가 돌아와서는 정원 꾸미기에 열중이시다.

 

 

돌탑도 몇 번의 실패를 거쳐서 손수 쌓고 다듬으셨다.
맨날 돌 가지고 씨름을 하니 뱃살은 온데간데없다
우리는 행여 무리해서 다치시지는 않을까 걱정하는데도 적적한 시골, 사람 구경도 못하는 외로운 곳에서 본인이 집중해서 할 수 있는 취미 생활이라고 하신다.

 

 

화단에는 수국이랑 백합꽃 닮은 꽃도 활짝 피어 마당을 더 환하게 해 준다.
입구에 모과는 가지에 희한하게 달려있다.
우리가 내려오면 준다고 예쁜 화초도 하나 준비해 놓으셨다.
아저씨는 갖다 놓을 때 없다고 투덜대면서도
화초가 맘에 드는지 냉큼 차에 실어 놓는다.

 

 

바닥에 넓적한 돌판은 지난번 내려왔을 때 흙바닥이 보기 싫어서 뭘 깔면 어떨까 말씀드렸더니 이렇게 깔아 놓으셨다.
몇 날 며칠을 혼자서 일하고 꾸미고 밥 한술 끓여 드시고는 곯아떨어지고를 반복하신단다.
당신 죽고 없어도 자식들에게 남기려고 하신단다
참! 아버님도ᆢ

 

 

아래 우사 쪽으로 내려갔더니 커다란 닭장을 멋지게 지어 놓으셨다. 재난 지원금 나온 걸로 뭘 하셨나 했더니 철물점 가서 닭장 재료 사고 병아리들 넣어서 키우고 계신다. 안을 들여다보니 허풍 좀 보태서 타조만 한 수탉 두 마리가 여러 마리 암탉들을 거느리고 있었다. 매일 알도 낳는다고 한다.

 

 

그 와중에 밭에도 뭘 심으셨네ᆢ
와! 엄청 바쁘실 듯ᆢ
사람들 만날 시간이나 있으시려나!
살림하랴 운동하랴 정원일 하랴 닭도 개도 돌보고 밭일까지ᆢ몸이 열두 개여도 모자라실 듯ᆢ
이렇게 바쁘게 하루를 보내지 않으면 외로워서 그러시는 것일 게다

 

 


자식들이 맨날맨날 찾아와 주는 것도 아니고
코로나 19로 산악회도 못 가시니 얼마나 적적할까?
다행인 건 평소 몸 관리 잘하셔서 건강하시니까 본인이 좋아하는 조경에 힘을 쏟으면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것이다.

 

 


다음에 내려오면 나무도 옮겨 심고 억새도 심고 돌탑도 하나 더 쌓은 거 보여주신단다.
우리 차 새 차도 직접 해 주셨다
다음에 또 뵈어요
아버님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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