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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만두 먹으러 와라

직장에서 일하고 있는데 방여사한테서 전화가 옵니다.
가슴이 쿵!
무슨 일 있나?
혹시 어디 아픈가?
할머니? 왜? 무슨 일 있어요?
아이고 허리야!
할머니가 만두를 했거든~^^
맛이 기가 막혀요
이거 저녁에 먹으러 오너라!
제가 제일 좋아하는 외할머니 만두입니다.
실은 엄마 만두를 1등으로 좋아하는데 엄마는 아주 오래전 먼저 가셨으니까
할머니 만두로 갈아탔죠
~^^

할머니~
심장 아픈데 만두를 또 했어?
할머니는 심장이 안 좋아서 늘 약을 드시거든요
조금만 무리하시면 심장이 조이고 숨이 안 쉬어지고 그래요.
그래서 같이 사는 이모가 늘 신신당부를 하거든요
엄마! 절대 음식 많이 하지 마!
특히 만두는 손도 많이 가니까 이제 하지 마!
비비고 만두 사다 먹자!
이러고 출근했다 돌아오면
식탁 위에 금방 빚은 동그란 만두들이 있곤 하대요.

퇴근하고 서둘러서 할머니댁 가보면 펄펄 끓는 사골국에 만두를 넣고 계세요
불지 않게 먹이려고 떡도 물에 담가 놓았다가 저 들어가는 거 보고 넣으세요.
제가 공황장애 있는 거 아시고
늘 말씀하세요
아이고 내 새끼가 무엇 때문에 아프냐!
정신과 약은 언제까지 먹어야 되냐~
밥은 잘 먹고 다니냐?
잠은 잘 자고?
어서 먹어!
만두 더 있으니까 많이 먹어라
할머니식 사랑표현!
제가 늘 걱정이 되니까
저를 한 번씩 불러서 체크하시는 거죠
ㅋㅋㅋ
사실 저는 괜찮은데 할머니는 자기 딸이 50대 초반에 급하게 갔던 아픈 추억이 있으니까 더 그러시는 거예요
그래서 그 딸의 딸을 더 끔찍이 애지중지하는 거예요.
저 어릴 적 몸이 약한 엄마를 대신해서 키워주기도 하셨고요.

제가 이제 엄마 돌아가신 나이인데 지금 당장 죽는다는 건 생각하기도 싫거든요.
지금이 제 인생에서 가장 행복하거든요
막 누리고 살거든요
공황 빼고는 최최최최고 만족한 때가 지금이거든요.
나를 아껴주고 지원해 주는 한결같은 아저씨가 언제나 곁에 있고
잘 나가는 생각 깊은 자식이 있고
날 오라고 반기는 직장이 있고
영혼의 치유자 우리 갑순이가 있고요.
그리고 저를 마음으로 쓰다듬고 보살펴주는 할머니가 있고요

사람이 난 순서는 있어도 죽는 순서는 없다잖아요?
저한테는 소중한 외할머니가  지금 90 중반을 향해 가고 계세요
할머니께서 만두 먹으러 와라!
할 때는 득달같이 달려가야죠
어느 날 할머니가 떠날 수도 있고 제가 먼저 떠날 수도 있고
그건 모르는 일이잖아요.
할머니의 애정표현을 오늘이 마지막이다 하고 받으려고요~^^
우와! 이거 다 할머니가 만든 거야?
후루룩 짭짭
엄청나다 할머니!~^^
너무너무 맛있어요
할머니 우리 만두 만들어서 팔까? 대박 나겠는데?
ㅎㅎㅎㅎ
이러면서 막 먹는 거예요.
할머니 코 앞에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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