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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공황장애일기 3 무기력

공황과 함께 무기력증이 따라왔어요
일반적으로 저는 직장

에서 큰 행사나 업무를 마치고 나면 사람이 무기력해서 그다음은 아무것도 하기 싫을 때가 있는 날이 며칠 지속되곤 했는데
그런 무기력과는 차원이 달랐어요.
머리에서는 일어나자를 수백 번 되뇌는데 침대에서 꼼짝 못 하는 나 자신을 발견하고는 괴로웠어요.
무기력은 저의 생활 태도도 바꿔 놓았어요.
자기 전 내일 입을 옷을 찾아 꺼내 놓는 일부터 설거지도 저에게는 너무 어려운 일이었어요.
직장에서는 그나마 바쁘게 돌아가는 업무에 잠시나마 무기력이 잊어졌지만
마음에는 늘 눕고 싶고 움직이기 싫은 건 마찬가지였어요.
집에 돌아오면 저녁준비도 못하고 바로 침대에 누워버렸어요.
그리고는 또 아저씨가 올 때까지는 나는 왜 이렇게 게을러졌을까  자책하면서 아무것도 못하겠는 나날이 흘러가더라고요.
먹는 것도 맛이 없고 아저씨가 여기 좋은 카페가 있다는데 가 봅시다 해도 감흥이 없었어요
그저 어느 구석에 누워서 내가 왜 이러나 하고 자책하기에 바빴어요.
아침에 출근 준비도 한 시간 반 이상 걸릴 정도로
몸을 움직이는 것이 마음처럼 되지 않았고
그나마 저에게 직장이라도 없었다면 침대수렁에 빠져 하루종일...
생각만 해도 끔찍했어요
주변에다가 이런 이야기를 하면 뭐가 문제냐 벌떡 일어나 봐라
나가서 돌아다녀야지 집에만 있으며 안된다
등등 저를 위로해 주는 거는 알겠는데 저는 그 말을 듣고 해 보자! 하지만 몸은 여전히 움직이지 않았어요.  
그 와중에도 병원은 일주일마다 열심히 갔어요.
의사 선생님은 조력자의 도움도 치료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씀하셨는데
우리 아저씨는 마치 저랑 같이 진료실에 들어갔다가 온 것처럼 조력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해 주는 거예요.
누워있지만 않도록 멍하지만 않도록
10번의 반복해서 일어나자를 외쳐주면서도
그 속이 부글부글 할 텐데도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짜증내거나 잔소리 없이 그저 묵묵히 저를 일으키고 또 움직일 수 있도록 도와주었어요.
무기력증은 공황과 수반되어 오는 경우가 많다고 해요.
약도 중요하지만 이거는 의지도 중요하고 동기부여도 중요하더라고요.
하루아침에 탁 떨어 버릴 수 있는 건 아닌 거 같아요.
5개월째인 저는 아직도 종종 무기력에 빠져서 산답니다.
하지만 예전처럼 죄책감은 가지지 않아요.
저는 병에 걸려 치료 중이니
나을 거라 확신해요.
그래도 억지로라도 나가서 걷고 직장도 꼭 나가고요
일단 직장 가면 일정시간 동안은 너무 바쁘고 정신없어서 무기력할 틈이 없으니 그건 좋아요^^
눕고 싶은데 참아보니까
그리고 약도 꾸준히 먹으니까 지금은 많이 좋아진 상태입니다.
정신과 약은 중독이 되지 않는다고 의사 선생님이 말씀해 주셔서 완치될 때까지 편하게 생각하고 먹으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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