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맛집이네

함흥냉면 영등포 노포 엄마맛이 그리울 때 찾는 그 곳

엄마 돌아가신 지 20년이 넘었으니 이제 엄마와의 기억들이 점점 희미해져 가거든요.
그때 어땠었지?
이랬었나?
저랬었나?
저도 이제 나이를 먹어 그런가 어제 있었던 일도
어땠는지 잊을 때가 많아요.
엄마! 하면 떠오르는 기억이 아주 또렷한 것이 하나 있는데  그게 바로 만두예요.

추운 겨울 노란 장판 아랫목에 신문지 넓게 펴고 아빠는 반죽
엄마는 맥주병으로 밀고
저는 주전자 뚜껑으로 동그라미 피를 만들고요.
그렇게 빚어먹던 김치만두요

그때 엄마는 손목이 아파서 걸레도 비틀어 짜지 못해 고생이 많았는데
만두소 김치를 칼로 착착착 다져서는 빨간 양파망에 넣고 짤순이에 넣고 돌렸어요.
우웩  엄마!
모야모야
빨래 짜는 짤순이에다가 김치를?
이렇게 생각은 했지만 말은 못 했어요.
나는 만두 안 먹을 테다!
마음먹었지만
찌고 나면 제일 먼저 달려가는 엄마표 만두킬러였답니다~
ㅋㅋㅋ

창업이 제가 태어나기도 전이네요
아! 엄마 만두 먹고 싶다
지나가면서 한 말을 언제 들었는지 함흥냉면 갑시다 하네요.
진짜 너무 이쁜 아저씨~^^

몇 년 만에 다시 왔더니 내부가 훌륭하게 바뀌었네요.
입구에 가득한 초록초록들이 작은 정원 같아요.

여기 영등포 함흥냉면은 냉면맛도 훌륭하지만
김치만두 맛이 옛날 울엄마가 만들어 주시던 맛과 아주 흡사해요.

저는 비빔냉면
아저씨는 회냉면
그리고 김치만두 한판!
주문했어요.

서울시 선정 백 년 가게라서 더 믿음이 가요.
노포는 실망하지 않아요.

직원분들이 장기근속을 하니 맛이 그대로라서 더 믿음이 갑니다.

보기에도 먹음직하죠?

회냉면이에요

저는 고기가 좋아서 비빔냉면

주먹만 한 김치만두!
생긴 것도 엄마가 만든 모양이랑 똑같고
맛도 딱 그 맛이라 추억을 불러일으키네요

만두도 냉면도 엄청 맛있게 먹고 왔어요.

보기에는 엄청 매워 보이죠?
하지만 맛은 자극적이지 않고 맵지 않아요.
여기 냉면은 100프로 고구마 전분으로만 만들어서 쫄깃하기 그지없어요
요 육수는 큰 주전자에 한통 아예 주니까 수시로 따라먹을 수 있어 좋아요.

있었는데 없었습니다.
ㅎㅎㅎㅎ
진짜 찐 맛집이에요.
주차공간 없어서 인근 주차장에 주차하고 오면
천 원씩  빼준다고 하네요.
잘 먹고 즐거운 추억도 돼 새기고 힐링하고 갑니다.
아저씨 정말 고마워요
점심 먹으러 가자길래 어딘가 했는데 영등포 함흥냉면이었다니 감동입니다.
아저씨는 내가 좋아하는 모습보고 성공이구나!
하면서 힐링한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