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빠의 유품을 정리하다 보니
아기적 친손녀딸의 사진이 나옵니다.
아빠랑 10여 년 전 찍었던 가족사진도 있고요.
현직에 계실 때 칠판 앞에 선 사진도 있네요~

오마나 우리 여동생 연애적 사진은 왜 갖고 계셨다냐!

생전 드시던 무알콜 막걸리도 두 박스나 남았네요.
막걸리 좋아하셨건만 나중에는 알코올섭취가 어려워지자 우리 아저씨가 찾아낸 무알콜 막걸리인데 늘 물대신 자주 드시곤 했죠.

아빠 지갑이랑 보석함 침대 주변 서랍에서 돈뭉치들도 나왔네요.
사위에게 주고 싶어 모아 두셨던 돈들이네요
퇴근하고 들어가면 늘 돈을 한 움큼 쥐고 이 사람 퇴근하면 맛있는 거 같이 사 먹자! 하시면서
들고 계셨었거든요.

따뜻하고 부드러운 유골함의 온기가 아직도 생각이 나요.
마지막으로 아빠를 안아본 날이지요.
늘 일으켜 앉힐 때 참 무겁다 느꼈는데 이렇게 작은 함에 아빠가 들어가 계시다니
너무너무 가볍더라고요.

생전 꽃을 좋아하고 식물을 사랑하시던 아빠 영정과 위패 곁에 새하얀 국화들이 가득합니다.
살아계실 때 늘 외며느리가 꽃과 화분을 쉬지 않고 사 왔었지요.
지금 생각해도 참 고마운 올케입니다.

아빠의 강아지 갑순이도 아빠가 이생을 떠나는 마지막 잔치를 함께 했답니다.
이번에도 며칠 병원에 다녀오시겠지! 하고 기다렸을 텐데
갑순이도 아빠 사진을 보고 뭔가를 알아차린 걸까요?
장례식 내내 조용히 가끔씩 나와서 아빠 사진을 보더라고요.
갑순이를 우리 부부에게 남겨주시고 가셨네요.

몇 년간 아프시면서 동생들이 자연스레 우리 집에 자주 들락날락하면서 우리 형제들 우애가 더 깊어졌네요.
2년 반 동안 주말마다 빠지지 않고 와준 막냇동생내외
연차 쓰고 자주 들러준 둘째 동생네 가족들 덕에 아빠가 그래도 덜 외로우셨을 테고 그 덕에 우리 3형제 우애는 더 깊어졌네요.
아빠가 남겨주신 소중한 유산이지요.

관 속에 넣어주는 편지가 있더라고요 롤링페이퍼처럼요.
우리 아저씨! 꽤나
철호야! 이름 불리고 싶었던가봐요.
항상 저 사람 어디 갔나?
자네도 먹게!
아빠는 이렇게 호칭했고
우리 아저씨는 장인어른 대신
아버님이라 불렀거든요.
제가 늘 두 사람 놀렸었어요
식탁에 마주 앉으면
아빠! 철호야! 불러봐! 하면
아빠는 눈을 내려 깔고 빙긋 웃으시면서 아이고! 그럼 못쓴다!
이러거든요!
그럼 우리 아저씨까지 가세해서
아버님 저 서운해요!
하면 모기 만한 소리로 철호!
하고는 허허 웃으시던 게 생각나요.

장례식 때 장손주가 할아버지께 쓰는 편지글에서 장손주가 무알콜 막걸리 폭로해 버렸네요~^^
할아버지도 알건 알고 가셔야 된다고!
누군가는 알려줘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다네요.
참 늠름한 손주를 남기셨어요.

이제 아빠는 이생에 계시지 않지만 짧게라도 함께 하면서 좋은 추억들을 많이 남기고 가셨어요.
시시때때로 그 추억의 일상을 떠올리며 웃으며 얘기할 날이 오겠지요.

아빠 발인하는 날 갑순이랑도 마지막 인사 했어요.
우리 갑순이도 70대 중반이니
이 상황을 덤덤하게 받아들이겠지요.
10여 년간 함께 한 집사의 죽음을 같이 애도해 주었을 거예요.
이제 우리가 아빠가 남겨주신 갑순이랑 함께 잘 사는 모습 보여 드려야죠.

남매계를 하면서 막냇동생은 곗돈 대신 상조를 넣었었거든요.
먼 훗날이라고 생각했건만 상조를 쓸 때가 와버렸네요.
상조 덕분에 여유 있게 제대로 예의 갖추어 우리 아빠 보내드렸습니다.
아빠! 아픈 동안 고생 많으셨고
이제 하늘에서 먼저 간 엄마 찾아 행복하세요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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