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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마음치료사 반려견 갑순이

요즘 무기력증에 시달리고 있어요.
그냥 아무것도 안 하고 싶고 아무 말도 듣기 싫어요.
날씨가 추워져서 더 그런 거 같아요.
제가 싫어하는 계절 겨울이 성큼 다가왔지 뭐예요?
꼼짝도 하기 싫은데...
그런데 말입니다.
제 곁에는 이제 곧 14살이 되는 노령견 갑순이가 있거든요.

아빠가 계실 때는 아무 걱정 없이 갑순이 두고 출근하고 잠깐씩 외출도 했거든요.
낮에는 요양보호사님도 계셔서 출근하는 마음이 무겁지는 않았어요.

지금은 우리 둘이 출근하고 나면 저녁때까지 혼자 집에 있어야 하는 갑순이!
출근해서도 갑순이가 잘 있는지 문 앞에서 기다리지는 않는지
집안을 돌아다니며 너희들 어디 있냐고 짖지는 않는지 걱정이 많았어요.

다행히 아빠가 병원을 들락날락 몇 번 할 때 연습이 되었는지 퇴근하고 돌아가면 요람에 편한 자세로 앉아서 왔니? 하면서 꼬리 끝이 흔들려요.
그래도 낮동안 많이 심심하고 외로웠을 테죠.

갑순이는 아빠의 강쥐였는데 3년 전 몸이 아프셔서 우리 집에 오실 때 함께 데려온 강아지예요.
그때는 산책도 모르고 배변도 실내배변이었거든요.
여기 와서는 아침산책 저녁산책 규칙적으로 하니까 배변도 실외에서 하고 산책도 아주 즐거워해요.

혹시나 마음에 사라진 아빠를 그리워하지는 않는지 몰라서 제가 해 줄 수 있는 최선의 산책은 하루도 거르지 않고 하고 있어요.
주로 아침시간이 여유로운 제가 아침산책을 하고 퇴근하고 오면 아저씨가 저녁산책을 해요.
생각해 보면 저의 무기력감을 고쳐주고 있는 게 바로 갑순이 었어요.
갑순이 산책을 함께하고 있으면 기분도 상쾌하고 꼬물꼬물 돌아다니는 모습 보고 있으면 저절로 웃음이 지어지고 얼른 건강해져서 우리 갑순이랑 즐겁게 살아야지! 생각하게 되고 또 갑순이 덕에 아침 걷기도 하니까요.
저의 치료사 갑순이^^

나의 아빠이기도 했지만 10년 넘게 갑순이의 아빠였던 사람이 이제 눈앞에 없으니 우리 갑순이는 지금도 아빠가 또 병원에 입원했나? 언제 오시려나?
하면서 기다리는 중인지도 몰라요.
그래도 아무 내색도 안 하고 산책하고 먹고  자면서 일상생활을 충실히 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기특하다는 생각도 들고 한편으로는 저도 그렇게 살아야겠구나 다짐하게 되고요.
우리 갑순이 보면서 제가 마음을 다잡는 거예요.

오늘도 갑순이의 아침 산책은 어김없이 시작되었습니다.
종종걸음으로 여기저기 다니면서 친구들 냄새 풀 냄새 맡고 바스락 낙엽들 밟는 느낌이 재미있는지
낙엽길만 찾아다녀요.

지금 시점에서는 반려견을 기른다는 표현은 맞지 않는 거 같아요.
반려견이 저를 길러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갑순이가 없었다면 아마도 저는 지금 더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나의 마음치료사 갑순이!
잘 먹고 잘 자고 건강하게 오래오래 함께하자!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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