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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아저씨를 아저씨라 부르는 이유

 


나는 남편을 '아저씨'라고 부른다.
남들이 나이차이가 많이 나나? 할 수도 있는데 우린 실상 두살 차이밖에 안난다.
아저씨는 늘 나의 이름을 부른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그 호칭은 바뀌지 않았다.

20대 초반 직장 선배의 남동생의 친구들과 (ㅋㅋ 헷갈릴 듯)우리 입사 동기들과 친하게 지냈고 그 중 우리 아저씨도 있었는데 우리는 모두 처음부터 아저씨를 초록아저씨라고 불렀다.
톡톡 튀는 초록색처럼 깐돌이 같은 사람이라고 우리 동기들끼리 지은 별명이 초록아저씨!
직장 동료들 6명이 사택에서 같이 살았었는데
초록 아저씨한테 사택으로 전화라도 걸려 오는 날이면 우리끼리 "초록 아저씨다!"하면서 호들갑이 이만 저만 아니었다.
지금 생각해 보니 참 이상하다.
다른 친구들에게는 누구누구씨! 하고 정확하게 이름을 불러 주었는데 유독 우리 아저씨한테 만큼은 누구누구아저씨라 불렀으니 말이다.
우리 아저씨도 사람들이 그렇게 자길 불러주는 것에 대해 거부감이 없었다.
재미있을 때는 한 없이 재밌다가도 어떤 때는 무슨 깊은 생각을 하는지 알 수없게 과묵했던 우리 아저씨를 나는 좋아했다.

얼마전에야 들은 얘기인데 실은 자기가 나를 먼저
좋아했단다.
뭐 믿거나 말거나!
난 내가 좋아하는 우리 아저씨가 나의 반려자가 된 것이 지금도 마냥 신기하다.
나는 내성적이긴 해도 누굴 좋아하면 좋아한다고 말해봐야 직성에 풀리는 성격이다.
그런데 이상하게 일이 꼬여 우리 아저씨한테만큼은 표현을 못했었다.
그러니 얼마나 다행이야?
"내가 전생에 나라를 구해서 아저씨랑 맺어진걸거야 그쵸?" 이러면
우리 아저씨 왈!
"그럼 난 전생에 나라를 팔아 먹은건가?"
하면서 나를 놀린다. ㅋㅋㅋ

친구로 만나 연인이 되고 서로의 부모님께 인사를 드리고 상견례를 하고 결혼식을 올리는 동안에도
그 호칭은 계속 되었고 혹시나 친지분들 있을 때는 말조심 하느라 호칭빼고 부르느라 애 먹었지만 4년간 불러온 '아저씨' 호칭은 쉽게 누구누구씨로 바뀌지가 않더라.

친정에서도 시댁에서도 친구들도 이젠 나의 아저씨로 다 통한다.
결혼 하면 '여보 당신 '하는것이 당연하겠지만
나랑 아저씨는 지금 이게 더 좋다.

한 번은 내가 물어본 적이 있었다.
"아저씨 우리 이제 여보 당신 할까요?"
"싫어! 어색해요.그냥 아저씨라고 불러!
나는 이름 불러 줄게"
어떨 땐 "아저씨!" 하고 부르면 장난으로
"왜요? 아줌마!"하고 부르기도 한다. ㅋㅋㅋㅋ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호칭도 좋지만
두 사람이 서로 더 친밀감을 느끼는 애칭이 있다면 그게 어떤 호칭이 됬든 사용해도 문제 없다고 생각한다.
아저씨를 아저씨라 부르는 이유는 ㅋㅋㅋ.
원래부터 아저씨로 나에게 왔으니까?
나한테는 "아저씨"의 뜻이 '누구보다 믿고 의지할 수 있는 든든한 사람' 이다
나의 키다리 아저씨! 초록 아저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