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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비 오는 날 산책

비와도 나가서 쉬야하는 갑순이!
산책을 배운 뒤로는 쉬야도 응가도 집에서 하지를 않아요.
아침 저녁으로만 나가니까 낮에는 집에서 좀 하면 좋으련만 꾹 참고 하지를 않으니 비가와도 잠깐이라도 나갔다오려고요.
나갈 준비 단단히 해요.
시츄는 피부가 약해서 몸이 습하면 피부병에 잘 걸리거든요.
그래서 비 많이 맞으면 안되니까 우비로 입혀요.

우비도 잘 입고 씩씩하게 발걸음을 옮겨요.
발바닥에 물기가 있으면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워낙 산책을 좋아하니까 일단 나가는건 오케이에요.

다행히 빗방울이 작아서 오늘은 좀 더 오래할 수 있겠어요.
가고 싶은 길이 있는지 뒤도 안보고 쫄랑쫄랑 가는 갑순이!
전 모자만 쓰고 나왔거든요.
너무 멀리가면 안되는데...

막상 나오니까 바람불고 비오고
또 갑순이가 제일 싫은 땅이 젖어 있으니 갈까말까 망설이다가
그래도 못참겠는지 쉬야를 하네요.

아쿠야!
바람이 세네요.
걷기 불편할까봐 뒤쪽은 고정 안했더니 비옷이 홀라당 뒤집어지네요.

어서어서 쉬라도 하고 들어가야겠어요.

두두둑 빗방울이 굵게 떨어지니까
제 마음이 급해졌나봅니다.
멀리까지 안가고 집쪽으로 돌아서
갔으면 하고 줄을 당겨봅니다.

바깥 공기를 코에 쐰 갑순이가 제 말을 들을리가 없죠.ㅋㅋ
자기 고집대로 가겠다고
저를 끌고 앞으로 앞으로...
나가네요.
갑순이 이제 들어가야 해!

갑순아!
집에가자!
갑순아!
아빠한테 가자!
ㅋㅋㅋ
못들은척 하는 갑순이!
아저씨랑 산책할 때는 잘 따라 다닌다던데 저랑 나가면 하자는대로 다 받아주는걸 알고 막 고집 피우거든요.

그래도 이쁘기만한 갑순이!
갑순이 덕분에 비오는 날도 밖에 나와볼 수 있네요.
갑순이가 아니었다면 비 맞으며 길을 걸을 일이 없었겠지요.
어렸을 때 비오는 날 엄마한테 야단맞고 집에서 쫒겨난적 있었거든요.
예전 어른들은 왜케 쫒아냈는지 몰라요.
그래서 전 비도 싫어하고
비 맞는거는 엄청 꺼려하는데
이젠 그렇지 않아요.
우산 쓰고 얼굴에 팔에 발에 물 맞으면서 걸어서 출근도 하는걸요.
다 갑순이 덕분이에요.
제 어릴 적 안 좋은 기억까지 추억으로 바꿔준
갑순이가 알려준 비 오는 날
산책 덕분이에요.
근데!
갑순이
이제 비 그만 맞고 집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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