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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갑순이 나에게로 오다.

아빠와 함께 살게 되면서 갑순이도 함께 살게 되었어요.
벌써 일년이 되어가네요.
갑순이는 아빠의 반려견이었어요.
엄마가 갑작스럽게 일찍 돌아가신지 벌써 20년 되었으니까 그 긴 세월동안
함께하게 된 반려견들 중
우리 갑순이도 지금까지 아빠와 함께하다가 이제는 우리와도 함께 하는 가족이 되었죠.
저는 강아지 있는 집 가면 숨도 제대로 못 쉬었었는데 지금은 갑순이 없는 우리집은 상상도 못해요.

휴대폰 갤러리에 지난 가을 산책길 사진이 있네요.
갑순이가 저에게 달려옵니다.
공원 산책오면 줄이 끊어져라 내달리려고 흥이 나서 움직이거든요.
자석이 끌어당기는지 저만큼 앞서가는 갑순이!
갑순아~~~~~하고 부르니까
휙 돌아보고는 잠시 저를 쳐다봐요.

그리고는 저한테 막 달려옵니다.
갑순이를 부르는 저를 알아보는거예요.
저 사람은 나의 가족이다.
가족이 나를 부르는구나!
그러니까 가족에게 가야지!
하고 힘차게 뛰어옵니다.

갑순아! 갑순아!
아구 이뻐라~^^
갑순이 오는거야?
하면서 저는 쪼그리고 앉아서
마냥 기쁩니다.
제가 갑순이에게 해 주는게 뭐가 있다고 저렇게 반갑게 달려와 주는건지...
그저 밥이나 챙겨주고 머리나 쓰다듬고 잘 때 침대 끝 쬐끔 내어주는것 밖에는 없는데...
짧은 순간 갑순이에게 미안한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너무너무 예쁘고요.

요녀석!
내 곁으로 오는구나!
어서오렴!
쓰다듬어 줘야지!
목덜미도 만져주고
잘했다고 궁둥이도 토닥토닥
해줘야지!
사람보다 동물이 백배천배 낫지!
얼마나 순수하고 충성하냐!
하면서
그럼 그렇지 내가 밥도 주고 간식도 주고 철마다 옷도 사주는데 갑순이는 저를 좋아하는게 분명한거 같네요.
손뼉을 치면서 갑순이가 달려 오는 것을 바라봅니다.
이제 코앞에 왔어요.

쌩~~~~
앗!
이게 뭐죠?
저를
휙!
지나쳐서
달립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갑순이는 갔어요.
휘리릭!하고 제 손도 안 잡아주고
공원길을 내달립니다.
힝~~~~
고녀석!
새침떼기!
못난이!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예요.
나한테 반갑다고 올 줄 알았는데!

근데요.
생각해보면
우리 갑순이는 진실해요.
산책의 순간에는 달리는데  집중해요.
그 때는 제가 안중에도 없어요.
산책에 열중해요.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오직 자신의 가슴이 시키는대로 행동하죠.
그 모습이 참 매력적이에요.
비록 제가 부를 때 내 앞으로 달려오지는 않았지만
갑순이는 이미 제 가슴 속으로 들어와 있었어요.
반려동물은 그런거예요.
하라는 대로 하고 시키는 대로 하고 앉아! 일어서! 엎드려! 손!
이런거 훈련하는게 아니라
그냥 곁에 있는거요.
서로에게 부담주지 않으면서 서로를 존중해 주면서 각자 자기 방식으로 사는거요.
우리 갑순이는 그런 존재입니다.
갑순이는 이미 나에게로 왔거든요.
근데 갑순아!
너 진짜 그러기냐?
쳇!
아니아니 진짜로
갑순이가 휙! 지나쳐가도
하나도 안서운합니다.
진짜예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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