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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행복이 무엇인지 알 수는 없지만

주말 저녁부터 갑자기 체한 듯 속이 답답하고 온몸이 쑤시면서 조금만 움직여도 토할 거 같았어요
거기다가 열까지 오르면서 정말 힘들었네요
출근이 아닌 날이 얼마나 다행이냐 싶으면서도 왜 하필 황금 같은 주말에 아프냐? 하는 투정도 들었어요
몸이 아프니 주방이 올 스톱이에요
제가 아무것도 못 먹고 누워 있으니
우리 아저씨도 덩달아 금식이네요ㅠㅠ
뭐 맛있는 거 사 먹어볼까?
동태탕이라도 먹으러 갈까?
그냥 다 싫고 침대에서 열과 싸우고 있느라고 저는 쩔쩔매고 아저씨는
거실에서 눈은 티브이 보는데 마음은 안 좋았겠죠
새벽에 화장실 다녀오다 보니 아일랜드 식탁 아저씨 자리에 귤껍질이 보여요
얼마나 배가 고팠으면 좋아하지도 않는 귤을 까먹었더라고요
혼자서 밥 먹는 게 미안해서 그랬나 싫어서 그랬나 같이 굶고 자더니만...
에효~~~
제가 아프지 않아야 우리 집이 평안한데...
일요일도 전 꼼짝 못 하고 누워만 있었어요
아저씨는 아침식사 되는 곳에 가서 만둣국을 포장해 왔어요
평소에 제가 만두마니아거든요
이거라도 먹이면 좀 나을까 싶었는지...
자기 건 떡국포장~^^
국물이라도 좀 먹으니 살 거 같았어요
챙겨주는 그 마음도 같이 먹었어요
역시 나이 들면 서로밖에 없구나 하면서요
약 먹고 또 누웠다가 남겨놓은 만둣국 국물 한 숟가락 또 먹고 또 자고를 반복했어요
우리 아저씨는 떡국 한 그릇 먹고 또 저녁이 되었어요
아픈 사람은 난데 아저씨도 생으로 고생이네요ㅠㅠ
뭐 먹고 싶은 거 없냐고..
정말이지 저의 소울푸드는 쫄면이거든요

그거 사다 주더라고요
거짓말 안 하고 한 젓가락만 남기고 다 먹었답니다
그리고 기운이 나더라고요
그게 정말 영양식이어서가 아니라
아픈 저를 생각해 주는 아저씨의 마음이 저를 낫게 한 거예요

사람이 아플 때가 참 서럽고 싫잖아요?
그때 곁에서 함께 마음 나눠주는 누군가 있으면 그 서러움이 상쇄되거든요
우리 두 사람 그런 부부가 되고 있어요
30년 정이 이런 건가 싶어요
주말 저녁도 우리 아저씨는 저 때문에 제대로 된 식사도 못하고 분식으로 때웠지만 덕분에 저는 오늘 출근 무사히 했답니다
아침에 아저씨 먼저 출근하고 일어나보니 전기 밥솥에 밥도 다 소분해서 냉장고에 넣어주었더라고요~
행복이 무엇인지 아직까지는 알 수 없지만 그냥 지난 주말 이틀을 가만히 떠올려보면 그 삶이 나의 행복일까?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