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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봄이 왔고 너도 거기에 있구나

갑순이가 아침 산책은 짧게 하는 편이거든요
자기는 자고 싶은데 비몽사몽 하는 갑순이를 데리고 나가는 거예요
한 8시 반까지는 자야 잠이 완전히 깨서 밖에 나가자고 조르는데 평일은 저의 출근시간에 맞추다 보니 늦어도 8시엔 산책을 나가야 하거든요
안 간다고 엉덩이에 힘주고 버티다가 현관까지 어렵게 나오면 그때부터는 태도를 싹 바꿉니다.
언제 그랬냐는 듯이 종종걸음으로 갔다가 뛰었다가 잎사귀 냄새도 맡고요
함께한 세월은 3년 조금 넘었지만 그 깊은 정은 몇십 년 같이 산거 같은 우리 갑순이!
아빠의 강아지였다가 아빠가 돌아가시고 전적으로 우리 부부의 의지가 되어 주는 아빠가 남겨주신 보물이에요
한 가지 걱정이 있다면 헤어질 때 어떻게 해야 하나?
생각만 해도 눈물이 나요.
갱년기라 그런 거라고 혼자 위안해 보지만
그러기엔 갑순이가 벌써 14살이고 언제 숨이 끊어져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눈도 잘 안 보이고 계단도 힘들고
잠도 많이 자거든요
저 촐랑이는 꼬리를 언제까지 볼 수 있을까?
웬만하면 그러말 안 하는 아저씨도 자기 무릎에 얼굴을 올렸다가 나중에는 폴짝 올라앉아 편안히 엎드려 자는 갑순이를 내려다보면서
갑순이가 잘못되면 어찌나 걱정된다고 하네요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하루하루 걱정하기보다는
오늘 하루를 아깝지 않게 사랑해주고 싶어요
갑순이랑 있는 동안
우리 부부도 감정이 엄청 풍부해졌고 웃음도 많아졌고 말거리도 생겼답니다
앞으로 갑순이랑 몇 번의 봄을 더 볼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때까지 많이 많이 사랑해 주렵니다
이번 봄도 갑순이와 함께 할 수 있음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