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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8시에 가서 떡 찾아왔어요
너무너무 예쁘지요?
근데 맛은 더 좋아요
파주 운정떡
제가 늘 송편 인절미 찰떡
주문하는 곳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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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절미 좋아하시던 아빠 덕분에 알게 된 운정떡
늦게 가면 떡이 없어요
어느 날은 낮인데도 다 팔렸는지 문 닫았고요
명절 때는 줄 서서 사야 하기 때문에...
그리고 그 줄이 어마무시하기 때문에 저는 항상 2주 전에 예약하고 바로 찾아와요
반 말 예약하면 요 박스로 가득 가져올 수 있어요
가격은 7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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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기계떡이겠지만
여기는 반죽이 달라요
얼마나 쫄깃한지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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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 쑥 흑임자 맵쌀
당연히 천연 재료로 색과 맛을 내고요
특히 쑥은 쑥개떡 식감보다 더 쫀득하고 쑥 씹히는 맛이 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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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에는 시댁가족들과 여행 가서 여행지에서 송편으로 차례를 지내는 것으로 하기 때문에
제수음식은 준비할 게 없어서
늘 떡만큼은 최고의 집에서 맞춰서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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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정떡에게 칭찬할 만한 점은 이뿐만이 아닙니다
떡 속의 소가 아주 실해요
여느 떡보면 속에 깨라고 하긴 하는데 먹어보면 깨는 쬐끔 설탕물이 주르륵 인 경우가 있는데 여기 깨떡은 그냥 말 그대로 깨떡이에요
깨가 꽉꽉 들어차 있고 설탕은 그저 거들뿐~^^
보기만 해도 군침 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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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소는 맵쌀과 쑥에 들어있고
동부소는 호박과 흑임자에 들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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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분하면서 계속 집어 먹게 되는 운정떡 송편
해마다 추석이 기다려져요
송편 보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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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소도 칭찬 꼭 해야 해요
소를 얼마나 꼭꼭 눌러 담았는지
한 입 베어 물면 헉!
이거 밤을 넣었나?
싶을 정도로 단단한데
엄청 달콤해요
너무너무 매력적인 맛이에요
저는 개인적으로 송편 소는 콩을 가장 선호하고 그다음 동부소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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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콩송편은 보기 힘들더라고요
어릴 적에는 시장에서 햇콩 단으로
사다가 직접 까서 콩을 불려서 엄마랑 같이 송편 많이 빚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그때 우리 엄마도 아무것도 모르는 새댁이었네요
그 새댁의 엄마가 하던 거 보고
자기도 자기 자식이랑 함께 추석을 맞는다고 송편을 만들었고 근데 그 자식인 저는
그걸 추억에 담고 이렇게 맛있는 송편을 주문하는 것으로...
엄마가 일찍 돌아가시지 않았다면
시어머니가 일찍 돌아가시지 않았다면
지금쯤 송편 빚고 있을까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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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임자 송편은 깨랑 흑임자 특유의 쌉쌀하고 고소한 맛이 잘 어울려서 더욱 고소한 떡이에요
운정떡 시그니처 아닐까 해요
운정떡에서 만드는 흑임자 떡은 다 맛있더라고요
아빠가 돌아가시기 전까지 영양찰떡이랑 인절미를 간간히 간식으로 드셨는데
흑임자가 들어간 찰떡을 특히나 맛있게 드셨었거든요
이제 돌아가신 지 1년 다 되어가는데 오늘 떡 찾으러 운정떡 가니까 거기에도 아빠의 추억이 묻어 있더라고요
파주에서의 3년여간 아빠의 생활이 곳곳에서 묻어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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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개인적으로 호박떡은 비호감이었거든요
그래서 최근 몇 년간은 호박은 빼고 주문했었는데 문득 드는 생각이 나만 먹는 게 아닌데
왜 그랬을까 하면서 올 해는 호박도 함께 섞었어요
잘한 거 같아요
색도 예쁘고 올 추석 차례상 송편은 더 화려할 거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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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름달처럼 새하얀 맵쌀 송편이에요
깔끔하고 깨끗하고 뭔가 소원 빌어야 할 거 같은 분위기죠?
운정떡 정말 떡 잘 만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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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추석도 요 송편들로
3형제와 아버님께 정을 나누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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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퍼백에 소분해서 차례상에 올릴 거 아버님댁에 드릴 거 동생들 줄 거 딸내미 거 딸 남자 친구분거 나누었어요
엄청 많죠?
~^^
나눠 줄 마음에 입꼬리가 씩 올라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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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정떡 칭찬할게 또 나오네요
떡 반말 중에 터진 떡이 한 개도 없었어요
눌린 거도 없고 모양이 망가진 것도 없고요
정말이지 칭찬하지 않을 수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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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감 쫄깃거리는 거는 말할 것도 없고 냉동실에 넣었다가 먹을 때 내놓으면 30분 뒤 바로 쫄깃하고 맛있는 떡을 먹을 수 있도록 녹는 게 장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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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소분 끝
냉동실에 착착 안착~^^
내일 출발할 때 아이스박스에 넣어서 가져가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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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건 아저씨랑 저랑 둘이서 먹으려고 꺼내 놓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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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편을 마주하니 이제야 명절이구나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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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 떡 맛집
운정떡 꼭 맛보세요~^^